미분양 대란에 분양연기 속출

기사승인 2008. 09. 1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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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만3천여가구 분양…예년 대비 ‘절반도 안돼’
-부동산 시장 침체ㆍ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부담 탓

가을 이사철 성수기로 접어든 부동산 시장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부담으로 건설사들의 분양 물량이 대거 연기 된데다 시장에서는 고금리와 세계 경제 침체 등이 맞물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올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7일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10월 전국에서 분양 예정인 아파트(주상복합 포함)는 모두 50곳 2만2969가구로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같은 기간 분양된 물량의 절반에도 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분양물량이 가장 많았던 지난해 10월(7만7285가구)보다 70.3%(5만4316가구) 줄었고 2004~2006년 10월 평균 분양물량(5만6070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실제로 내달 수도권에서는 8곳 1739가구가 분양 예정인 가운데 이 중 72%(1258가구)가 재건축ㆍ재개발을 통해 일반 분양된다. 경기에선 4957가구, 인천 3178가구가 10월 분양을 앞두고 있으며, 지방 5대 광역시에선 11곳 5070가구, 지방 중소도시 50곳 8025가구가 분양을 준비 중이다.

이처럼 분양물량이 예년과 비교해 대폭 줄어든 데는 주택경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업체들이 대부분 아파트 분양시기를 연기하는 등 회사 경영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미분양의 부담을 줄기 위해 분양일정에 신중한 모습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A건설사 한 관계자는 “현재의 분양 시장에서 섣불리 분양에 나섰다가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회사에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조금이라도 더 큰 이익을 내기 위해 분양일정을 미루고 있는 건설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분양 연기로 금융비용이 더 나갈 수밖에 없어 분양을 빨리 서두르고 싶지만 미분양이 심각하게 쌓여 있는 현 상황에서 새로운 물량을 공급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태”라며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분양일정을 차일피일 미뤄왔던 건설사의 상당수가 아예 내년으로 분양일정을 미루는 모습도 눈에 띈다.

월드건설은 경기도 평택시 동삭동에 총 4400가구의 월드메르디앙을 올 12월 분양키로 계획했지만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분양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연기했다.

한일건설은 대전 서구 2175가구 분양을 내년으로 미뤘고, EG건설도 올 하반기로 예정돼 있는 부산 정관지구 3000여 가구 분양을 내년으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거시경제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침체된 부동산시장이 연내에 반등을 보이긴 힘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스피드뱅크 김은경 팀장은 “주택시장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 성장률과 관련된 모든 지표가 하락기조를 보이면서 매수자들이 경기 침체 여파와 대출 규제 영향으로 좀처럼 내 집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어 연말까지는 거래 공백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매수심리가 좋지 않은 점을 공급자인 건설사들이 이미 파악하고 있는 상태로 앞으로도 분양연기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팀장은 이어 “MB정부가 연일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어 새로운 부동산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게 변수로 작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 침체의 반등 시기는 단순히 주택 시장의 내적 상황만을 가지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외적인 변수도 함께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가을철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은 올 연말까지 침체를 거듭할 것으로 보여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와 대출 규제 완화 등 추가 대책이 시급하다”며 “부동산 시장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경제지표와 맞물려 상승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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