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내년 사업계획 수립 ‘골머리’

기사승인 2008. 11. 1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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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경기침체로 사업계획 표류 ‘발 동동’
‘현금 확보 외 아무결정 못해’…보수적 방향 집중
불황 장기화 조짐…유동성확보.틈새시장 공략해야

“내년 사업계획이요? 경제지표들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널뛰듯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획마련 조차 겁이 날 지경입니다.”

건설업계들이 ‘시계(視界) 제로’의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예년 같으면 이맘때 쯤 이미 다음해 사업계획안이 확정됐을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사상 초유의 경기 침체로 불확실한 변수가 쌓여있는 탓에 아직 상당수가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한 채 애를 태우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설업체 대다수가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엄두를 내지 못한 채 딜레마에 빠졌다. 경제지표가 더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것 외에는 결정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건설경기와 전 세계 경기가 동반 하락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선 미래 전망이 불투명해 일부 업체들은 경기가 되살아날 때와 더 부진해질 때 등 극단적인 상황을 두루 가정해 다양한 사업계획을 만드는 시나리오별 포트폴리오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민간 주택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대형건설사가 주력할 수 있는 부문으론 공공시장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주택, 민자 SOC(사회기반시설), PF(프로젝트파이낸싱)사업 등의 진출은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가격경쟁이 강화돼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한정된 공공시장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무리하게 세울 수는 없는 입장으로 올해 수준을 유지하는 선에서 그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 계획을 확대하는 것 또한 낙관론과 신중론이 교차하면서 건설업계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택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중견업체들은 주택 이외의 수익모델을 찾기가 쉽지 않아 더욱 난감한 입장이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내년 신규 분양계획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로 올해 추진하다 내년으로 연기된 사업만 늘어놓은 수준”이라며 “일단 내년 상반기까지 분양상황을 지켜본 후 하반기에 주택공급물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주택전문 업체들은 실버주택사업이나 레저사업 등 사업아이템을 다각화하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전 세계 경기가 동반 하락하고 있어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기존 수주사업의 상당수를 시장상황에 따라 연기하고 내년 신규 수주는 가급적 고려하지 않는다는 방침 하에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에 주안점을 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연구소들이 내놓은 전망치를 토대로 내년도 계획서 작성에 돌입했으나 경영 환경이 워낙 불투명해 제대로 된 마스터플랜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며 “매년 건설업계의 연례적인 엄살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올해만큼은 과장이 아닌 절박한 현실”이라고 푸념했다.

한국건설경영협회 송형진 제도팀장은 “정부의 수차례 대책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개발 및 주택사업을 축소하고 공공물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보수적인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는 추세”라며 “최근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내놓을 경제정책에 건설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글로벌 경기침체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연구위원은 “지금의 불황이 단기간에 극복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미래에 빛을 낼 수 있는 틈새시장 공략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며 “막연한 시장상황만을 가지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유동성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재원조달 마련에도 힘써 원활한 자금흐름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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