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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달 기자의 골프속으로] (58)끊어서 가라

[이종달 기자의 골프속으로] (58)끊어서 가라

기사승인 2008. 12. 2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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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주말골퍼들은 재미삼아 골프를 즐긴다. 여기에는 사업상 마지못해 골프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덤덤하게 골프장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도 있다. 남이 하니까 못한다면 ‘쪽팔릴까’ 골프채를 잡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필드에 나가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죽기 살기 식으로 변한다. 골프에 맛을 들인 이유도 있을 거다. 또 크고 작은 ‘내기골프’를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내기골프에서 실패하는 골퍼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눈앞에 닥칠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어떻게 되겠지 다. 요행을 바란다. 한마디로 ‘모 아니면 도’식이다. 확률도 없는데 한번 잘 맞을 것을 생각한다. 이런 무모한 도전에 아홉 번은 지갑을 열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 한 번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페어웨이 양쪽으로 OB말뚝이 보인다. 여기서 내가 OB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골퍼는 거의 없다. 실력으로 볼 때 OB를 낼 확률이 안 낼 확률보다 더 높다. 그런데도 한번 질러본다.

150m를 날려야 안전하게 연못을 넘겨 볼을 그린에 올릴 수 있다. 보기플레이어의 경우 150m를 날리기 위해선 5~6번 아이언을 잡아야 한다. 캐리로 이를 넘기기 위해선 5번 아이언이 기분 좋게 맞아야 가능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주말골퍼들은 끊어 가지 못한다. 여기서도 나는 괜찮겠지 하고 덤벼든다. 결과는 뻔하다. 볼이 물에 빠지면 열 받아서 한 번 더 친다. 두 번째 볼을 빠뜨리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다. 그때서야 끊어서 가겠다고 꼬리를 내린다. 이 정도 되면 더블 파다. 끊어서 갔으면 보기는 할 수 있다.

골프를 잘 치려면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답이 나온다. 잘하면 버디고 아니면 더블파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 빤한 정답을 피하기 때문에 볼을 치고 나서 식식댄다.

만약 평균 90타를 치는 골퍼라면 보기플레이를 만점으로 생각하고 플레이해야 한다. 파를 잡았다면 그건 자신의 실력으로 잡은 게 아니다. 운이다. 이를 인정해야 지갑이 열리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골프는 호쾌한 장타 맛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맛에 골프를 한다면 어쩔 수 없다. '또박 또박‘ 볼을 치는 골퍼는 라운드 중 단 한 번도 박수는 받지 못한다. 하지만 OB말뚝이 보이건 연못이 있건 내지르는 골퍼는 한번은 '나이스 샷’ 소리를 듣는다. 18홀 라운드 중 한번은 제대로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택은 골퍼의 몫이다. 지갑을 열 것인가 아니면 지갑을 채울 것인가가 여기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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