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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살 사람 어디 없소?”

“집 살 사람 어디 없소?”

기사승인 2009. 04. 0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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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자 찾기 ‘하늘의 별따기’…집살 사람 ‘귀한 몸’
-매도자, 가격 조정 가능하니 ‘집이나 한번 봐 달라’
-계약금 가져오면 아파트값 수천만 원 수직 하강도
-매수자, 거래가격 및 계약절차 등 주도권 쥐락펴락


“매매가는 최대 3000만원까지 조정해 줄 의향이 있으니, 집 산다는 사람 좀 찾아주세요.”
지난 3일 서대문구 홍제동 한 중개업소에는 집주인 한 명이 공인중개사의 손을 잡아가며 부탁을 하고 있었다.

홍제동 H아파트 전용면적 120.14㎡에 산다는 이 집주인은 ‘잘 부탁한다’, ‘제발 좀 팔아 달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 아파트 시세는 올해 초 6억5000만원을 호가했지만 현재는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하락세로 반전되는 추세다.

5일 부동산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지만 매수자들의 마음은 아직도 한 겨울이다. 지금 같은 부동산 시장 격변기엔 ‘조금만 더 기다리면 싼 매물이 쏟아질 것’을 기대하는 매수자들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수 희망자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고가아파트의 경우 정부의 각종 세재혜택에도 불구하고 수요자들의 눈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초고가 아파트를 팔려는 집주인들은 “내놓은 가격대로 사려면 사가고, 아니면 말라”는 식의 기세등등했던 예전의 태도를 바꿔 최근에는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면 가격은 조금 조정해 줄 수 있으니 집이나 한번 보게 하라”며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강남구 압구정동에는 매도자들이 매물을 내놓겠다는 것과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한 건으로 문의전화가 폭주하지만 매수자들의 문의 전화는 하루에 한두 통에 불과하다.

압구정동 인근 G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매수자들도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책들이 부동산 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아직까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시장 상황이 불안정해 쉽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며 “한두 통 오는 전화마저 호가가 붙여진 가격을 듣고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치 1동 개포우성1차아파트는 올 초보다 호가가 2억원 가까이 낮아진 매물이 나왔지만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8억2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와있는 대치 삼성래미안아파트(전용면적 84.58㎡)의 경우에는 계약금을 들고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찾아오면 이보다 최대 2000만원까지 더 낮춰 팔겠다는 매도자도 나타났다.

대치동 인근 S공인중개사 대표는 “한번 찾아왔던 손님들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당초 가격보다 낮아진 가격을 제시하며 집을 살 것을 권하고 있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눈치만 보고 있다”며 “경기가 좋을 때는 웃돈을 주고라도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확 바뀌어 사정이 급한 집주인들과 중개사들이 자세를 더 낮출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의 힘은 점점 더 막강해지고 있다.
관악구 봉천동 H공인중개사 실장은 “예전에는 밤 늦게 매수자들이 집을 보러 간다고 하면 매도자들이 꺼려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지금은 집을 보러온다는 사람만 있으며 언제든 반가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며 “중개사들보다 집주인들이 더 나서서 집 구경을 시켜주는가 하면, 매수자들이 흥정을 시작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매도 호가가 몇 천만 원씩 내려가곤 한다”고 말했다.

인천 GS공인중개사 남정수 대표는 “최근에는 아파트값을 지불할 때 중도금을 없애고 계약금과 잔금으로 나눠 내는 사례가 허다하고 잔금을 앞당겨 주는 조건으로 매수자 중개수수료를 매도자 측이 내주는 경우도 있다”며 “매매 계약과 관련한 모든 주도권을 매수자가 ‘쥐락펴락’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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