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여자 영화’에서 만난 여자들의 수다

‘여자 영화’에서 만난 여자들의 수다

기사승인 2009. 04. 12. 23:2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2008년을 가장 바쁘게 보낸 두 배우가 만났다. 12일 오후 광화문 스폰지하우스에서 만난 공효진과 신민아는 오랜만에 만 난 자매처럼 수다를 풀어놨다.

두 사람이 주연을 맡은 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감독 부지영)의 촬영이 끝난 것은 2007년 10월. 이후 만 1년만인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 출 품되면서 함께 영화를 봤다. 그동안 각자 영화 두세 편씩을 찍느라 만날 새가 없었다.
"음악이 안 들어간 편집본을 보긴 했는데 영화제에서 처음 완성된 걸 보고 '헉, 또 망가졌구나' 했어요. 그래서 은근히 크게 개봉하지 않았 으면 하기도 했고요"(공효진)
"망가졌나? 아니야, 언니. 우리보다 더 나이 든 역으로 나와서 그렇지 예쁘게 나왔어"(신민아)
영화는 지난 9일 시작된 제1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있으며, 23일 일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두 사람은 '찍은 지 하도 오래돼서 잘 기억도 안 난다'면서도 오랫동안 일반 개봉을 기다려 온 만큼 영화 얘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먼저 작품을 선택한 것은 신민아다.

"제의가 들어온 것도 아니었어요. 마침 '여자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런 시나리오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 회사에 서 먼저 받아와서 바로 하겠다고 했죠. 감독님은 저를 생각도 안 하셨다고 하더라고요"(신민아)
"민아가 사석에서 재미있는 영화 들어갈 것 같다고 하면서 같이 하면 좋겠는데 하더라고요. 언니가 있는데 나이가 많은 역이라고요. '그래?' 하고 말았는데 나중에 저한테 시나리오가 왔어요. 일단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고, 독립 영화이니 이런저런 조건 따지지 않아도 되고, 민아랑도 친하니까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았죠"(공효진)
영화에서 두 사람은 아버지가 다른 자매다. 공효진은 고향인 제주도에서 생선 장사를 하며 딸을 키우고 사는 언니 오명주 역을, 신민아는 서울의 대기업에서 잘 나가는 전문직 여성 박명은 역을 맡았다.

아버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울과 제주만큼의 거리를 두고 있던 두 자매가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함께 여행을 떠나는 로드무비다.

원래 명주 역은 나이가 좀 더 많은 설정이었는데 공효진이 합류하며 두 사람은 7살 차이의 자매가 됐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부지영 감독 이야기로 넘어갔다. 부 감독은 실제 제주도가 고향이고, 친언니와 여행에서 얻은 영감으로 이 영화를 쓰고 만들었다.

"부 감독은 까칠해요. 직설적이고요. 그런데 저도 그런 편이고 민아도 마찬가지예요. 그런 여자 셋이 모여서 '아, 몰라' 이러면서 친구처럼 서로 구박도 하고 그랬죠"(공효진)
두 사람은 "부 감독이 명은 이고 명주"라며 입을 모았다. 처음 봤을 땐 명은이 같았는데 일하다 보 니 명주 같았다는 것이다. 부 감독 자신도 "처녀 때는 명은이였고 애 낳고 나니 명주가 됐다"고 말한다고 귀띔했다.
감독은 물론 두 주연배우와 조연들이 거의 여자들이다 보니 촬영장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고 한다.

"여자들끼리 작 업한 것이 처음이었는데 좋았어요. 예전에는 제가 덜 성숙해서 그런지 몰라도 남자 배우나 남자 감독님을 어렵게 생각했다고나 할까, 어쨌든 좀 불편했어요. 제 생각을 적극적으로 말한 것도 처음이었고요. 제가 욕심이 더 생겨서 그런 것도 있 고, 편안함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다음 영화는 다시 남자 감독, 남자 배우랑 했지만 훨씬 편해졌어요"(신민아)
공효진은 "배우가 어떤 한 작품을 계기로 정신적으로 성인이 되는 경우가 있는 데 나한테는 그게 '가족의 탄생'이었고, 민아는 이번에 그런 경험을 했던 것 같다"고 거들었다.

"예전엔 여배우라고 보호받고 그랬지만, 여긴 다 같이 여자니까 어리광을 덜 피울 수밖에 없어요. 굉장히 편안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오히려 더 치열하게 일했어요"(공효진)
촬영은 한 달여 동안 제주에서 전주로 가는 길 위에서 진행됐다. 리허설도 별로 없었고, 촬영도 한 두 컷 만에 바로 오케이가 떨어졌다.

"부 감독님 특징이에요. 멀리서 한 컷으로 찍는데 바로 '오케이'가 떨어져요. 그럼 서로 '나 괜찮았어?' 묻고요. 어떻게 생각하면 감사해요. 감독님은 '넌 명은이고 넌 명주야'라고 저희를 믿어주셨어요 "(공효진)
신민아에게는 배우로서 큰 의미를 얻은 소중한 작품이지만 아쉬움은 여전히 있다.

"언니나 감독님이랑 좀 더 얘기하고 찍었으면 하는 아쉬운 장면이 있었어요. 앞뒤가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거요. 어떤 건지는 말 안 할래요"(신민아)
"저는 후회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고, 그게 맞는 거였어요. 저도 직감을 믿는 편이라 처음 감이 오는 게 맞는 것 같아요"(공효진)
영화 제목처럼 두 사람은 지금 이대로가 좋을까.

"네. 전 지금 제 모습 이대로가 좋아요. 일도 많이 하고, 지금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당분간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이상 일은 쉬려고요. 이제 좀 쉴 때도 됐죠"(신민아)
"전 워낙 '이대로가 좋다' 하는 성격이었어요. 그런데 나이를 점점 먹고 서른이 되니까 더 좋아지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요. 조금 더 잘하고 싶어요"(공효진)

/연합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