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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지 않은 자연을 담다”

“꾸미지 않은 자연을 담다”

기사승인 2009. 04. 1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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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산 이홍식 세번째 사진전
 여산 이홍식의 2008년작 '준경묘'.
가로로 길게 누운 땅, 갯벌이 펼쳐진 풍경, 아득한 느낌을 주는 확 트인 자연의 모습 등….

여산 이홍식의 사진작품들은 대부분 이러한 한국 자연의 꾸미지 않은 모습을 담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인적이 부재하다. 오로지 하늘과 구름, 산과 나무, 땅과 풀만이 존재한다. 인간의 손길과 삶의 흔적, 인공의 문명이 근접하지 않은 이 풍경들은 자연 그 자체를 보여준다.

이홍식은 국내 곳곳을 순례하듯 여행하며 마치 산수화 같은 풍경사진을 찍어내는 작가다.

그는 삼척 준경묘의 소나무 숲, 운길산의 수종사, 서해안 안면도 등을 찾아가 어둑어둑한 새벽녘부터 아침 시간까지의 빛 아래 촬영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에는 그 시간대만이 담아낼 수 있는 독특하고 고요한 모종의 분위기가 충만하다.

이홍식은 '(인용한) 한 구절, 통행, 통과' 등의 의미를 지닌 '패시지'(Passage)라는 주제로 인사아트센터에서 세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22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의 대형작품(125x45cm) 20여점을 포함해 40여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이홍식은 동일한 장소를 여러번 다니면서 이를 눈과 마음에 담아두고 그것이 모종의 깨달음으로 번져 나오는 순간을 기다려 촬영을 한다.

그는 자연에서 받은 감동을 작품 속에 그대로 재현하려 했다. 자연이 가진 생명력, 미세한 소리, 이상한 기운 등을 사진 안에 수렴하고자 했다.

현재 염광여자메디텍고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작가는 대학시절부터 삼십년 가까이 카메라를 손에 들어왔다.

서른여섯의 나이에 뒤늦게 교사가 된 그는 오년간 교사생활에 충실하며 사진에 손을 놓았었다. 하지만 2001년 어느날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4주 만에 한번 주사를 맞는 등 힘든 암치료 과정을 겪었다.

그는 "죽음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카메라를 다시 손에 들었다"면서 "중고차를 타고 방랑을 시작하며 라이카로 이것저것을 닥치는 대로 찍어댔다"고 작가노트에서 언급했다.

그에게 있어 이번 전시는 지난 여정을 돌아보는 의미다. 지난 세월을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디딤이 되기 위해 사진전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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