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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제동의 눈물...그만의 색깔찾기의 원동력되길

[칼럼] 김제동의 눈물...그만의 색깔찾기의 원동력되길

기사승인 2009. 10. 1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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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우 교수
계명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방송인 김제동이 KBS ‘스타골든벨’ 마지막 방송에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녹화장 분위기는 이미 보도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그의 눈물은 새삼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먼저 정치의 언론 개입이다. 우리나라가 전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몇 안되는 국가인 것을 생각하면 언론의 자유는 이제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통념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정치 우위의 낡은 습관들이 온존하고 있다. 특히 공영방송 KBS는 여전히 정부의 강한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김제동의 하차를 두고 정치권에서 외압논란이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외압 논란에 대한 명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권 인사들이 사석에서 몇몇 방송·연예인들을 거론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을 상기하면 어떤 형태로든 외압이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타당하리라 본다.

김제동의 하차가 시청률과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이해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외압설을 뒷받침한다. 이미 네티즌들이 지적했듯 그의 출연료가 최고가를 구가하고 있는 몇몇 연예인에 비해 많지 않고, 또한 후임 내정이 시청률을 특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제동이 정치색이 강한 방송인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소아병적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역 방송사의 리포터에서 중앙 방송에 진출한 이후까지 그가 방송 중이나 일상에서 정치적 발언을 한 경우는 드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에서 사회를 맡았고, 쌍용사건에 대해 평소 생각을 인터넷에 올린 것은 정치적 행위인 것은 분명하지만 정파색을 강하게 띤 행동은 아니었다. 여권 인사들이 지난 정부와 가까우면서 좌파색깔이 강한 방송·연예인을 분류할 때 김제동이 포함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 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프로그램 퇴출 사건으로 김제동은 지극히 정치적인 인물이 됐다. 인터넷 공간에는 “3년 후에 보자”는 등 정부에 대한 비난의 글이 홍수를 이뤘다. 보수 신문조차 “치졸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정치권의 언론에 대한 간섭·통제는 결코 그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사안임 아님을 알 수 있다. 권력이 빠지기 쉬운, 그래서 스스로 극복해야 할 치명적인 유혹인 셈이다.

아울러 이번 사건이 방송·연예인들의 활동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요즘 TV 프로그램은 방송·연예인들의 시시콜콜한 사(私)적인 이야기로 채워진다. ‘연예활동=개인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찾을 수 없다.

시청률에 목숨 건 방송사의 경쟁구도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방송을 수다를 늘어놓는 사랑방이나 동네 놀이터정도로 생각하는 듯한 방송·연예인의 언행은 장기적으로는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다. 방송·연예인의 정치참여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여전히 냉소적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체적으로 ‘정치를 뭘 알아’, ‘인기 팔아 정치하네’ 정도로 생각한다.

피해자가 됐지만 김제동도 이번을 계기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언행에 대해 좀 더 신중하길 바란다. 미필적 고의로 의심받는 김제동 사건이 누가 봐도 정치적인 것으로 해석된 것은 그가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감성이 지배하는 요즘, 방송·연예인들의 한마디가 젊은이들의 감성에 깊게 자리잡아 ‘사(私)적’ 발언이 ‘공(公)적’ 담론의 대상이 되는 공론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미 정치적 인물이 된 김제동에게 한가지 기대하는 바가 있다. 그가 ‘스타골든벨’ 마지막 방송에서 “이제 내가 비빌 언덕은 유재석 밖에 없는데…”라며 언중유골(言中有骨)의 속내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는 김제동만의 색깔을 기대하는 팬들을 실망시키는 것인지 모른다.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이 절찬한 김제동의 내공이 충분히 살아나는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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