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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웅 “순한 눈망울이지만 독종이라는 소리 많이 들어요” [인터뷰]

박기웅 “순한 눈망울이지만 독종이라는 소리 많이 들어요” [인터뷰]

기사승인 2012. 09. 2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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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아시아투데이 강소희 기자 = 배우 박기웅은 여자보다 예쁜 두상에 사슴같은 큰 눈, 장난기 어린 미소를 가진 훈남이다. 하지만 이런 그가 '악역 전문 배우'로 떠올랐다. 데뷔 10년차인 박기웅은 드라마 '추노'와 영화 '활'에서 지독한 악역을 맡아 흥행시켰다.

박기웅은 약 3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종방한 KBS2 수목드라마 '각시탈'(극본 유현미, 연출 윤성식)에서도 악역 기무라 슌지를 열연했다. 기무라 슌지는 조선인을 사랑하는 소학교 교사에서 조선인을 괴롭히는 악질 일본 순사로 변모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인터뷰를 위해 서울 여의도 아시아투데이 편집국을 방문한 박기웅은 악역이라기보다는 기자에게는 순한 남동생 같은 이미지가 강했다.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순한 눈망울을 가지고 악역을 했네요.
"악역할 때의 기분은 제 속을 갉아 먹는 느낌이었어요. 농담으로 수명 깎아 연기한다고 했죠.(웃음) 한동안 잠도 잘 못잤어요. 지금까지도 악몽을 꾸고 있어요. 쫓기는 꿈, 죽는 꿈, 죽이는 꿈 등요."

-슌지를 위해 더 노력한 점이 있다면?
"평소에 눈동자에 힘 주는 연습, 안면 근육 푸는 연습, 머릿카락 한 올에도 힘 주는 연습, 귀도 움직여봤어요. 쓸데없는 것 같지만 사실적인 연기에 도움을 줄 데가 많아요. 제 마음먹은 대로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노력이 슌지가 강심제를 찌르는 연기에서 빛을 발했어요. 눈에 힘을 주니 점점 충혈됐죠. 많은 사람들이 칭찬해 주시더라구요. 최고의 테크니션이되고 싶어요."

-그렇게 몰입하면 힘들 것 같아요.
"극의 후반에는 많이 답답했어요. 처음 연기 들어 갈때는 몰입한다고 스태프들에게 말도 안 걸었어요.나중에 담사리(전노민) 공개 처형 때인 17, 18부 정도 되니까 악몽을 꾸는 등 너무 힘들었어요. 꽉 끼는 옷을 입는 느낌이었죠. 그래서 고이소(윤진호) 형과 트위터를 시작했어요. 그 다음부터는 현장에서 까불기도 많이 했죠. 페이스 조절을 하지 않으면 끝낼 수 없을 것만 같았어요."

-힘든 순간에도 다이어트 했다던데요.
"독종 같다는 소리 많이 들었죠.(웃음) 종방 4주 전부터 소금과 설탕을 전혀 먹지 않고 다이어트를 했어요. 이번 작품에서 양복을 딱 맞게 제작했는데 나중에는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살이 빠지더라구요. 잠을 못 잤기 때문이기도 해요."

-'각시탈'하면서 그토록 잠을 못잤다고 하더라구요.
"마지막 일주일 중 5일은 이동 중에 잤어요. 나머지 2일 정도는 근처 모텔에 들어가 잠깐 씻고 나온 정도였어요. 잠을 안자고 계속 찍는 것을 '디졸브'라고 하는데 연기한 지 10년동안 '7박 8일'이 최고 기록이었죠. 이번엔 '8박 9일'을 잠을 안자며 신기록을 세웠어요. 때문에 링거도 맞아야만 했죠.(웃음)"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이젠 악역이 싫겠네요.
"한동안 슌지같은 악역은 피할 것 같아요. 슌지는 감정을 폭발하는 캐릭터죠. 하지만 조용한 악역은 한번 해보고 싶어요. 영화 '거친녀석들'에서 크리스토프 왈츠같은 역할이요. 일명 친절한 악역. 잔잔한 악역이 더 무섭잖아요. 그런 것 한번 해보고 싶네요.(웃음)"

-처음부터 연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때 예체능계에서 1등하는 등 성적이 좋았죠. 가장 좋은 미대를 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대입에 실패를 했죠. 그러던 차에 2003년초 길거리 캐스팅이 됐어요. '대학도 다 떨어졌는데 연기나 하자' 당시 심경은 그랬어요. 만약 대학 실패를 안했다면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 지도 모르죠. 전 운명을 믿는 편이에요.(웃음)"

-이제는 연기자가 천직이죠?
"어떤 작품을 할때 흥망에 원래 신경을 안 써요. 내 소관이 아니라고 생각하죠. 전 그냥 똑같은 자리에서 열심히 하면 하늘이 정해준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앞으로 약간 더 유명해 지고 싶어요. 소위 말하는 티켓파워란 걸 같고 싶어요. 제가 마음에 드는 역할이 있을 때 마음껏 선택해서 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이런 욕심 빼면 이제는 편해요. 연기하는 사람 같아요. 예전보다 힘이 많이 빠졌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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