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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야, 그림이야?” 그 접점에서 피어나는 예술의 향기

“글씨야, 그림이야?” 그 접점에서 피어나는 예술의 향기

기사승인 2013. 04. 1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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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작가 59명의 작품 79점 서예박물관서 5월 5일까지 전시
'그리기와 쓰기의 접점에서' 전시회장에 전시 된 윌리엄 드 쿠닝의 '무제'. /사진제공=서울서예박물관
아시아투데이 김수경 기자 = 딱딱하고 고루하게 느껴지는 '서예'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바꿔 줄 전시회가 열렸다. 캘리그래피(calligraphy)와 추상회화를 넘나드는 세계적 작가 59인의 작품 79점이 서울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한 달 간 전시된다.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은 지난 5일 오전 11시 서예박물관 2층에서 '그리기와 쓰기의 접점에서' 전시 기자간담회를 갖고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김애령 예술감독 /사진제공=서울서예박물관
이번 전시를 총 기획·감독한 김애령 예술감독은 "많은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은 서예, 즉 캘리그래피가 단순히 글씨를 잘 쓰는 것을 넘어 문화의 척도, 자기 수양의 정도, 혼이 담겨 있는 예술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리기와 쓰기의 접점에 있는 세계적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이 캘리그래피의 근원적 의미에 대해 생각 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리기와 쓰기의 접점에서'는 몸과 기호, 그려진 문자들, 모방과 창조, 상상의 문자-풍경, 상상의 문자-텍스트 등 총 5개의 테마로 나뉘어 전시되며 미국, 아랍, 유럽, 일본, 중국, 한국 작가들이 참여했다. 과감한 색감의 추상화를 비롯해 보는 것만으로도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캘리그래피까지 저마다의 특징을 품고 관람객을 맞이한다. 

또한 드 쿠닝과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과 같이 세계 미술경매 시장에서 10위 권 내외에 드는 초대형 작품이 전시 돼 있으며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아랍권 작가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어 색다른 미술 세계를 경험케 해 준다. 

아랍문화권 작가 시린 네샤트(Shirin Neshat)의 작품 'Nida' /사진제공=서울서예박물관

첫 번째 테마인 '몸과 기호' 전시에서는 눈에 보이는 형태나 명칭이 아닌 인간 내면의 감정과 몸에서 느껴지는 느낌을 표현한 추상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드 쿠닝의 작품은 파괴 속에서 색과 형태의 구조를 모으는 작업으로서의 추상 회화를 선보이며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은 생명의 꿈틀거림, 본질에 대한 메시지를 보여 준다.

이정웅 작가의 '붓' /사진제공=서울서예박물관
   
'그려진 문자들' 전시에서는 문자가 되고 싶은 기호들을 만날 수 있다. 특정한 의미는 없지만 작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문자를 쓰고 그린다. 알리 하산(Ali Hassan)의 작품 'Nun'은 글자가 만들어지는 의미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서양미술을 전공한 이정웅 작가의 작품 '붓'은 먹그림과 묵향과 서예에 대한 존경심을 한 획으로 표현하고 있다. 

김애령 예술 감독이 이번 전시의 '심장부'라고 표현한 '모방과 창조' 전시는 서구 추상회화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서예와 추상회화 간의 유기적 소통을 보여준다. 

동양 미술계에 있어 '모방'은 마스터피스에 자신만의 재해석을 곁들여 재창조 한다는 의미를 갖지만 서양에서 '모방'은 타인의 작품을 베낀다는 의미로 치부되곤 한다. 때문에 서양 작가들은 이미 존재하는 작품을 재창조하는 작업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작업에 골몰해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동양 미학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서예와 수묵에 경외심을 갖고 이를 새로운 창조의 거름으로 사용했다.

이 전시에서는 서양 작가들이 동양의 수묵과 서예에 영향을 받아 완성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으며 아돌프 고틀립(Adolph Gottlieb), 프란츠 클라인(Franz Kline), 마크 토비(Mark Tobey)와 같은 작가들의 작품이 모여 있다. 

'상상의 문자-풍경'은 작가들이 어떤 장소를 암시하면서 하나의 풍경으로서의 작품을 제시하며 '상상의 문자-텍스트'는 읽을 수 없는 작가만의 텍스트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존재하지 않는 언어로 성경 구절을 써 내려간 베르너 슈나이더의 '주여, 당신은 나의 피난처입니다'는 읽을 수는 없지만 작가의 간절한 마음이 화폭에 흘러 넘쳐 보는이로 하여금 묘한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앙드레 크나이브 /사진제공=서울서예박물관
 날 간담회에 참석한 유럽 작가 앙드레 크나이브(Andre Kneib)는 "그리기와 쓰기의 접점에 있는 세계적 작품을 통해 국경, 종교, 이데올로기를 뛰어넘는 전시가 이뤄진 것 같아 만족스럽다"면서 "나라 간 많은 갈등 요소가 존재하지만 예술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만큼은 대화가 가능하고 서로를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리기와 쓰기의 접점에서'는 다음 달 5일까지 전시되며 서예박물관은 앞으로도 현대미술과 서예 시리즈를 다양하게 기획해 전시 할 예정이다.



김애령 예술감독(좌), 김종구 작가(가운데), 앙드레 크나이브(우)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서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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