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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의 서’ 최진혁, 짧은 출연 긴 반향 “연기 인생 최고의 작품”(인터뷰)

‘구가의 서’ 최진혁, 짧은 출연 긴 반향 “연기 인생 최고의 작품”(인터뷰)

기사승인 2013. 05. 0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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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아시아투데이 정지희 기자 = “‘구가의 서’는 평생 잊을 수 없을 제 연기 인생 최고의 작품이에요.”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극본 강은경, 연출 신우철·김정현)에서 지리산의 수호신이자 주인공 최강치(이승기)의 아버지인 구월령 역을 맡은 배우 최진혁은 단 2회 만에 죽음을 맞았지만 작품에 대한 애착만은 누구보다도 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진혁은 1000년을 외롭게 살다가 윤서화(이연희)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지만 결국에는 서화로부터 배신당하는 구월령의 잔인한 운명을 완벽하게 연기해내며 드라마 흥행의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때로는 해맑고 순수하지만 때로는 강단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구월령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186cm의 훤칠한 키와 준수한 외모, 탄탄한 근육질 몸매 또한 구월령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한 몫 했다.

“사실 너무 많은 분들이 칭찬을 해주시니 쑥스럽고 민망해요. 얼떨떨하기도 하고요. 작가님이 글을 정말 잘 써주신 데다 감독님들께서 제 연기의 단점을 잘 커버해주신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 외모와 구월령의 이미지가 잘 맞아 떨어지기도 했고요. 긴 머리는 처음 해봤는데 저도 그렇고 분장 팀에서도 그렇고 의외로 잘 어울려서 깜짝 놀랐어요. 이번 기회에 길러볼까 싶기도 한데, 머리가 조금만 길어지면 잘라 버려야 하는 아저씨 습성이 있어서 쉽지 않을 것 같아요.(웃음)”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극 초반에 죽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는지 묻자 최진혁은 “아쉬움은 있었지만 망설임은 없었다”고 답했다. 구월령 자체가 대본만 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길 정도로 힘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1, 2회 대본이 정말 충격적이고 신선해서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살면서 언제 또 남자 구미호 역할을 해보겠냐는 생각도 들었고요. 제 주변의 연기하는 친구들도 모두 축복받은 거라면서 굉장히 저를 부러워했어요.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작품에 임한 것도 처음이라서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아요. 구월령이 죽은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데, 아마 재등장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최진혁의 출연 분은 지난 2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제주도 깊은 산 속에서 촬영됐다. 추운 겨울이었던 데다 거친 액션 신도 많았던 만큼 고생도 많았을 법 하지만 가장 크게 최진혁을 괴롭혔던 것은 단 한 장면, 단 하나의 대사였다.

“서화가 데려온 조관웅(이성재) 패거리들과 싸우던 끝에 담평준(조성하)의 칼에 맞고 쓰러지는 장면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가장 힘들었습니다. 칼에 찔려 가쁜 호흡을 하면서 자신을 배신한 서화에게 ‘왜 그랬소’라고 묻는 그 순간이 제 평생의 연기 중 가장 어려웠어요. 진심을 담아 시청자들이 눈물을 쏟아내게 해야 하는 장면이었으니까요. 날아가면서 죽는 순간을 촬영할 때는 와이어에 쓸려서 양 어깨에 다 피멍이 들 정도로 고생했어요.”

2006년 청춘 드라마 ‘일단 뛰어’를 통해 배우로 데뷔한 최진혁은 제법 오랜 시간 동안 연기를 해왔다. 그러나 그 자신도 “잘 된 작품은 ‘파스타’와 ‘로맨스가 필요해’밖에 없었다”고 할 정도로 ‘구가의 서’ 이전에는 제대로 얼굴을 알릴만한 기회가 많지 않았다. 

“‘로맨스가 필요해’는 저도 그런대로 만족스럽게 마쳤지만 ‘파스타’는 정말 기억에서 지워 버리고 싶은 작품이에요. 쉬고 싶던 시기였고 몸도 마음도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작품에 들어가는 바람에 최선을 다해서 촬영에 임할 수가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찝찝할 정도로요. 앞으로는 영화 ‘친구’처럼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에 출연해 보고 싶어요. 제가 지금까지 한 작품에는 항상 멜로 요소가 있었거든요. 이제는 멜로보다는 거칠고 호흡이 빠른 연기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그렇다면 오랜 기다림 끝에 전성기를 맞게 된 최진혁이 새로운 출발선 앞에서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사실 목표 같은 걸 정해본 적이 없어요. 어떤 일이든 중간에 틀어지고 생각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목표를 갖고 움직이는, 머리를 쓰는 배우가 되기보다는 마음을 움직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전에 조민수 선배가 제게 ‘작품을 할 때마다 최대한 노력하고 열심히 해도 나중에는 분명히 후회가 남는다.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게 굉장히 마음에 와 닿았어요. 초심과 떨림을 잃지 않고, ‘구가의 서’에서 많은 분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주셨던 걸 마음속에 품고, 항상 한 결 같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자는 것이 목표 아닌 목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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