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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빛나지 않는 별은 없다

[외부칼럼] 빛나지 않는 별은 없다

기사승인 2014. 01. 1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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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영 수필가/‘편지가 꽃보다 아름답다’ 저자/인사동 ‘희여골’ 대표
숲속 같은 땅에 나무씨앗 두개가 떨어졌다. 하나는 크게 자랐고 하나는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겨울 추위가 끝나가던 따사로운 봄날 작은 나무는 햇볕을 쪼이고 싶었다. 발버둥 치며 노력했지만 큰 나무에 가려 햇살을 받을 수가 없었다. 땀을 식혀주는 바람도 갈증을 풀어주는 단비도 늘 큰 나무가 먼저였다. 어느 날 큰 나무가 작은 나무에게 말했다. “동일한 환경이 주어졌는데 너는 왜 그렇게 자라지를 못했느냐? 게으르고 나태했던 것 아니냐? 남에게 천대받지 않으려면 열심히 살아 경쟁에서 이겨야한다.” 작은 나무가 울먹이며 답했다. “죄송해요…죄송해요…그러나…저에게는 그것이…그것이 최선이었어요.”
 
작은 나무가 있어야 숲이 완성된다. 흔히들 겉모습만 보고 존경과 멸시를 보낸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각자가 다 존재이유를 가지고 있으며 모두가 아름답고 귀하다. 세상에 빛나지 않는 별은 없다. 밝고 힘센 별 하나만 있다면 밤하늘은 얼마나 삭막 할 것인가? 슬플 때는 오히려 흐린 별이 더 아련하고 위로가 된다. 모든 생명체는 다 다른 존재 이유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기에 볼품이 없다고 자책할 필요가 없다. 토끼는 달리기를 잘 한다. 그러나 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나무위에서 떨어트리면 다리가 부러져 달릴 수도 없게 된다. 잘 나는 새에게 두더지처럼 땅 파는 기술을 배우라고 하면 날개와 부리를 다쳐 날지도 못하게 된다. 토끼가 새에게 부끄러울 것도 새가 두더지에게 부끄러울 것도 없다.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얼마 전 야후가 텀블러를 11억 달러(약 1조 2천억 원)에 인수하면서 창립자였던 데이비드 카프는 26세에 주목받는 갑부가 되었다. 카프는 고등학교생활을 따분해했고 많은 시간을 컴퓨터 앞에만 붙어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컴퓨터가 그렇게 좋으면 학교를 그만두라고 했다. 카프는 15세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3년간 홈스쿨링을 했다. 11세에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으로 익힌 그는 17세에 일본으로 건너가 프로그래밍 공부를 계속했다. 자퇴한 순간 그는 볼품없는 낙오자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위치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모두 고귀하다. 만약 그에게 학교공부를 계속 강요했었다면 그는 평범하거나 사고뭉치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큰 나무가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한 나무가 감동을 준다.
 
자신의 귀함을 깨닫는 사람은 우울증에 빠지거나 자살을 하지 않는다. 낮과 밤은 늘 반복된다. 현명한 산은 앞산의 그늘을 탓하지 않는다. 자신도 그늘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현명한 산은 앞산의 봄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자신에게도 곧 봄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못남을 자학할 것도 남의 잘남을 부러워할 것도 없다. 지나고 보면 모든 것은 순간이다. 힘들고 못났던 시절도 그리움만 아득하다. 최선을 다하고 아낌없이 불타면 된다. 잘난 것은 잘난 대로 못난 것은 못난 대로 각자가 다 의미 있고 존귀하다.
 
동학의 제2대 교주였던 해월 최시형선생께서 도피 중 청주에 사는 교도 서택순의 집에 들렀다. 식사를 하고 있는데 옆방에서 베틀 짜는 소리가 들렸다. 해월이 물었다. “베를 짜고 있는 사람이 누군가?” 서택순이 답했다. “제 며느리입니다.” 혜월이 다시 물었다. “베를 짜고 있는 사람이 누군가?” “제 며느리입니다.” 해월은 계속해서 물었다. “베를 짜고 있는 사람이 누군가?” “제 며느리입니다.” 반복되는 같은 질문에 어안이 벙벙해진 서택순에게 해월이 깨우침을 주었다. “저 여인은 며느리가 아니라 하늘이다.” 지위나 재물의 다과를 떠나 모든 사람을 곧 하늘(人乃天)처럼 귀하게 여기라는 가르침이었다. 

굵고 곧은 나무는 대들보로 쓰이고 가늘고 굽은 나무는 지팡이로 쓰인다. 세상에는 대들보도 필요하고 지팡이도 필요하다. 굽은 것을 부끄러워해서는 아니 된다. 화가는 의사의 의술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고 의사는 화가의 필력을 탐할 필요가 없다.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다 존귀하다. 모든 꽃은 각자의 향기를 지니고 있다. 빛나지 않는 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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