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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IB 중 멀쩡한 곳 하나도 없어”

[인터뷰] “IB 중 멀쩡한 곳 하나도 없어”

기사승인 2008. 03. 1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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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월스트리트 10대 투자은행(IB)의 하나인 워버그핀커스의 프로젝트파이낸싱 및 IR총괄부문 CEO인 아이크정(Eike Cheong)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아이크정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 금리인하 조치마저 약발이 먹혀 들어가지 않는 ‘반패닉’의 상태로 보여진다”면서 “또 다시 일시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시장의 돈을 끌어 모으기 위한 정책적인 대안을 잠시 사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워버그는 그래도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대부분의 IB와 사모펀드들은 ‘댐’이 터지기 시작한 부분을 메우느라 정신이 없다고.


"이런 상황을 과연 (미국정부가) 방관하겠느냐며 IB와 시중은행들이 안일했던 것이 사실이다. 심각한 자금부족에 시달려 매일 어려운 실정이다"


그가 말하는 지금 미국의 상황은 정말 심각하다.


그는 "UBS를 비롯해 10대 IB 안에 들어가는 회사치고 멀쩡한 곳은 한 곳도 없다고 봐도 된다"며 "일반 시중은행도 1000여 곳 정도가 인수합병을 하지 않으면 곧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라고 실토한다.

미국의 IB와 사모펀드들 중 극히 일부(대형 IB 7곳 정도)를 제외하고는 예외 없이 심각한 자금난으로, 근근이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다는 것.


사실 JP모건이 베어스턴스를 긴급 인수한 것 자체가 상당한 무리수였다고 그는 지적한다.


“JP모건이 미 정부에 요청한 할인율이 워낙 엄청나서 이 부분을 정부에서 상계해야 하는 추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잠시 숨을 돌리긴 하겠으나, 오히려 이런 조치가 다른 금융기관들로 불똥이 튀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는 또 "공적자금의 투입시기도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을 조금 더  지켜 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근본적인 답은 연준을 움직이고 소유하고 있는 몇몇 손들에 의해서 최종결정 되겠지만, 벤 버냉키 의장조차 그 방법을 모르고 있다. 연준을 이끄는 사람들 간에 합의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어스턴스가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와 재무당국에 수차례 긴급자금을 요청했을 때도, 버냉키는 자체적으로 아무 것도 결정할 수 없었다고 한다. 또 아직도 연준을 실제로 움직이는 막후 실력자인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의 의중에는, 예측불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는 금융시장을 차제에 재정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


그는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전,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곳들이 여러 가지 형태의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발생된 후에야 공적자금이 투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사태가 자신의 고국이기도 한 한국에 미칠 엄청난 충격파를 걱정한다.


"(이 문제를) 단순한 신용경색의 문제로 보았다가는, 문제의 근원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한국을 덮치고 말 것이다. 한국 새 정부의 안일함과 무모하리만큼 태평한 상황이 참으로 겁이 난다. 알아도 문제가 되는데, 체감도 못하고 있다면 말이다"


그는 현 상황을 '수초이론'으로 설명한다.


"연못의 절반이 수초로 찼다. 그러면 연못 전체를 수초로 다 채우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겠나? 답은 하루 차이라는 것이다. 연못의 반을 수초로 채우는 데 29일이 걸렸다면, 바로 다음날인 30일에는 연못이 수초로 다 차버린다"


그 수초이론이 어김없이 한국에 닥쳐 올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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