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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단원고 3학년생 등교 재개…선후배가 함께한 마지막 등굣길

[세월호 침몰]단원고 3학년생 등교 재개…선후배가 함께한 마지막 등굣길

기사승인 2014. 04. 2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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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3학년 학생들 24일부로 등교 재개
사고로 희생당한 2학년생, 3학년 선배와 마지막 등굣길 함께해
단원고 등교-27
안산 = 아시아투데이 이병화 기자 =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지 9일째를 맞고 있는 24일 임시휴교 후 첫 등교를 하던 안산단원고 3학년생들이 노제를 마친 세월호 희생자의 운구행렬을 향해 고개 숙여 고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있다. / 이병화 기자photolbh@
사고 발생 9일째 경기 안산단원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영면 전 마지막으로 학교를 찾은 2학년 후배 3명과 등굣길을 함께 했다.

24일 오전 7시10분 처음으로 교문 앞에 모습을 드러낸 3학년 학생은 표정 없는 얼굴로 땅만 쳐다본 채 터벅터벅 힘없는 발걸음을 교문 안으로 옮겼다.

이후 30여분간 10여명의 3학년 학생이 등교를 마쳤다. 이때까진 친구와 짝을 지어 등교하는 학생들보다 혼자서 등교하는 학생이 많았고 친구와 함께 등교하는 학생들도 대화 없이 교문 안으로 걷기만 했다.

그 사이 발인을 마친 김모양(17)의 운구차가 교문 안으로 들어섰다. 선배들과 함께하는 김양의 마지막 등굣길이었다. 등교하던 3학년 학생들은 일제히 걸음을 멈추고 후배 김양의 운구차를 바라봤다. 몇몇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터져 나오는 눈물을 삼켰고 몇몇은 고개를 숙여 고인에 대한 예를 다했다.

오전 7시 40분 점점 많은 학생들이 등교하기 시작했다. 학생 대부분은 취재진의 카메라 세례가 불편해 휴대전화나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서둘러 교문 안으로 뛰어갔고 이런 상황을 예상한 부모들은 차량으로 학생들을 등교시키기도 했다.

단원고 학부모회 자원봉사자 등 4명의 안내원이 학생들의 원활한 등교를 도왔다. 그 과정에서 안내원들과 일부 취재진들 간의 작은 마찰이 있었다. 몇몇 취재진의 삼각대와 사다리가 학생들의 등굣길을 방해해 2~3명의 학생이 삼각대 사이를 빠져나와 등교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보다 못한 이희훈 교무부장은 교문 밖으로 나와 취재진 대열을 정리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일부 취재진들에게 적극 항의했다. 등교하던 한 여학생은 연신 터지는 카메라 셔터 소리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며 “아...왜 찍어!”라고 읊조리기도 했다.

1교시(오전 8시20분 시작)가 가까워올수록 학생들은 무리지어 등교했다. 학생 대부분은 복잡한 심리 상태로 밤잠을 설친 듯 피곤하고 수척한 모습이었다.

더러 평소처럼 친구들과 대화하며 등교하거나 담담한 표정으로 등교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침울한 표정이었고 일부는 교문을 보자마자 참혹하고 비통했던 지난 9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듯 울먹였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등교한 오전 8시부터 8시20분 사이 최모양(17)의 운구차에 이어 조모양(17)의 운구차도 들어오면서 선후배가 함께한 마지막 등교가 끝을 맺었다. 때마침 1교시를 알리는 학교 종소리가 울렸다. 사고 발생 9일 만에 처음으로 울린 종소리였다.

한편 이날 학생들은 조회, 감정 표현, 질의응답식 ‘트라우마 떠내보내기’ 및 학생주도로 학급회의 등을 진행하며 담임교사, 전문의, Wee센터 전문상담교사와 수업시간을 보냈다.

이날 등교한 단원고 3학년 학생은 재적 인원 505명 중 480명이며 25명(사망자 유족 및 장례행사 참석 24명, 개인사정 1명)은 결석했다. 이들은 4교시가 종료한 12시 20분부터 하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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