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입찰가 4조 넘으면 ‘승자의 저주’

입찰가 4조 넘으면 ‘승자의 저주’

기사승인 2014. 09. 17.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한전부지 입찰은 감정가만 3조3000억원대
18일 오전 10시 낙찰자로 선정
현대차·삼성-한전-삼성동부지-인수경쟁_수정
재계 서열 1, 2위의 자존심을 건 입찰 경쟁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 입찰결과 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축구장 12개를 합친 면적(7만9342㎡)의 한전부지 입찰은 감정가만 3조3000억원대로, 단일 자산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 입찰이다.

한전은 17일 오후 4시까지 입찰을 진행한 뒤 최고가격을 써낸 입찰자를 18일 오전 10시 낙찰자로 선정한다. 누가 최종 땅주인이 될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입찰결과 발표를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날까지도 한전부지 입찰 참여 여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비공개 전담조직을 꾸려 입찰을 준비해왔으며 이미 입찰 조건과 사업성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찌감치 인수전 참여를 선언한 현대차는 이사회를 열어 입찰 금액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정진행 현대차 전략기획담당 사장을 팀장으로 TF(태스크포스)를 구성, 막바지 입찰 준비에 한창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가 단독 응찰할지, 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글로비스 등 주요 계열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할지 등을 마지막까지 조율중이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현대차가 단독 응찰하더라도 자금은 충분하지만 건설된 신사옥에 입주할 계열사가 함께 참여하는 방안 등 다양한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현재 서울 양재동 본사사옥이 비좁아 대체부지가 절실히 필요한 입장이다. 한전부지 확보가 단순한 자존심 싸움이나 투자가 아닌 실수요라는 것이다.

한전부지 인수전의 승패는 누가 더 비싼 값을 부르느냐에 달려있다. 따라서 두 그룹의 최고 경영진은 마감 시간 직전까지 입찰 가격을 얼마나 써낼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부지는 감정가만 3조3346억원. 입찰 참여자들은 한전이 감정가를 토대로 내부적으로 정한 입찰 하한가를 넘는 가격을 써내야 한다. 따라서 낙찰 가격은 4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렇다고 경영상황과 주주, 여론 등을 고려할 때 두 그룹이 무턱대고 높은 가격을 써낼 수도 없다.

한전부지 사업은 감정가를 기준으로 해도 개발비용만 10조원이 들지만, 개발수익은 2조원 가량 적자가 나는 ‘돈 안 되는 투자처’라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따라서 인수전에서 승리하면서도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을 적정 가격선을 정하는 것이 이들 그룹의 숙제다.

현대차의 한 고위 관계자는 “터무니없이 무리한 가격을 써내지는 않겠다는 것이 내부 기조”라고 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4조원을 넘게 투자되는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에게 관련한 입장 표명 한번 없이 무턱되고 높은 금액을 써내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결국 높은 금액을 써낸 사람이 땅을 가져가는 ‘쩐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업계에서는 현대차 단독으로 한전부지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양재동 사옥과 부지를 단독으로 보유하고 있다. 또 현대차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규모는 17조6000억원으로, 인수비용과 개발비용을 충당하는데도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계열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지분 관리 등이 복잡해지는 점도 단독 인수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 중 하나다.

현대차는 한전부지에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통합사옥을 비롯해 독일의 명차들이 보유한 자동차 테마파크, 컨벤션시설, 한류체험공간, 호텔 등을 두루 갖춘 서울시의 ‘랜드마크’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고용유발 효과가 큰 굴뚝산업이 발전해야 국가경제에도 이바지 한다는 대의 명분도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투자비 회수가 어려운 부동산 개발에 청사진도 밝히지 않은 채 뛰어들 경우 주주를 비롯한 다수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입찰에 관해서는 어떤 것도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주력 계열사를 주축으로 한전부지 개발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개발 사업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부지를 자체 자금으로 사들이더라도 실제 개발은 외부의 재무적 투자자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은 2009년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부지 일대를 초대형 복합상업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한 바 있으며, 삼성생명은 2011년 한전 본사 인근 한국감정원 부지를 2328억원에 사들였다.

삼성이 되든 현대차든 높은 금액을 써내면 부담스러운 입장이기 때문에 유찰과 해외 사모펀드의 참여 등 여러가지 가능성이 열려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