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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사망, 병원 어떤 책임질까? (上) 형사책임

신해철 사망, 병원 어떤 책임질까? (上) 형사책임

기사승인 2014. 11. 0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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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신해철씨의 유족이 신씨의 사망원인 규명을 위해 경찰에 부검 등 수사를 의뢰함에 따라 신씨의 사망을 둘러싼 병원 측과 유족 간의 법적분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통상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적으로는 형사책임과 민사책임 두 가지가 문제된다.

우선 형사적으로는 수술이나 치료 과정상 의사의 과실이 입증되면 환자가 상해를 당했을 경우 업무상 과실치상, 사망한 경우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민사의 경우 진료계약에 따른 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채무불이행 책임을 물을 수도 있지만, 진료계약상 채무가 당시의 의학기술에 비춰 최선을 다한 결과에 대해서는 채무불이행을 주장하기 어려운 ‘수단채무’라는 점에서 대체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는 형사고소를 통해 의사나 병원 측의 업무상 과실이 입증될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력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동시에 진행하게 된다.

형사상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성립이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양쪽 모두 의료진의 과실(부주의)을 필요로 하지만 과실의 의미와 입증 정도는 차이가 있다. 통상 형사처벌의 전제가 되는 과실에 훨씬 엄격한 입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형사절차에서 무혐의 처분이 나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될 수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과실·인과관계 입증 어려워

우리 형법상 의사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행위는 일반인들에 비해 훨씬 무겁게(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된다. 의사에게 업무자로서 일반인에 비해 훨씬 높은 주의의무를 요구한 결과다.

하지만 실제 수사 과정에서 의사의 의료과실 입증은 상당히 어려운 게 현실이다. 수술 도중 가위나 메스를 몸속에 넣고 복부를 봉합한 경우나 오른쪽 다리를 수술해야 되는데 반대쪽 다리를 수술한 경우처럼 명백한 잘못이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의사가 최선을 다해 진료했다고 주장할 때 의사의 과실이 있었다는 점과, 그 때문에 환자가 상해를 입거나 사망했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신우암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한지 28일만에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가 결국 사망한 탤런트 고 박주아씨는 로봇수술 중 발생한 ‘십이지장 천공’이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수술을 담당한 신촌세브란스 병원장과 담당의사 등 의료진 5명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된 전례가 있다.

의료소송 전문 신현호 변호사(법률사무소 해울)는 “민사의 경우 법원이 어느 정도 의사의 과실을 추정해주지만 형사의 경우 검사가 의사의 과실을 합리적 의심이 없을 만큼 입증해야 범죄 성립이 가능하다”며 “보통 민사소송에서 원고 승소 비율이 50~60%정도고 형사에서 유죄가 나는 경우는 5~10%수준인데 의료사고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이나 무죄가 많이 나오는 것은 결백(innocent)해서라기보다는 증거가 부족(no evidence)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신해철씨 사망 관련 예상되는 병원의 과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신해철씨 사망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의심되는 것은 수술 과정에서 발생한 소장 아래쪽 1cm의 천공이다.

때문에 수사 과정에서 의사의 업무상 과실로 문제될 수 있는 것은 △수술 도중 천공을 발생시킨 것 △천공을 봉합하는 과정의 과실 △수술 후 사후 관리 미흡(몰핀 투여, 퇴원시킨 것) △설명의무 위반(동의 없는 수술)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천공이 발생한 시기, 또 발생 이유 등을 조사해 병원의 수술 과정에서 부주의로 천공이 발생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현재로선 2009년 신씨가 위밴드 수술을 한 곳과 2012년 당남염 수술을 한 곳 등이 서로 달라붙어 유착된 장기를 떼어내는 박리수술 과정에서 무리한 수술로 소장에 천공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하나는 수술 과정에서 천공이 발생할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수술 후 사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문제될 수 있다.

신씨의 진료기록 등에 따르면 병원 측은 수술 후 극심한 복부 고통을 호소하는 신씨에게 협심증 등으로 흉부에 통증이 있는 환자에게 투여하는 니트로글리세나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게 투약하는 몰핀 등을 주사했다. 당장의 고통을 없애주는 응급처치에 급급했을 뿐 근본적인 치료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들 약을 투약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심전도 검사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수술 후 나타나는 통상적인 통증이라고 신씨를 안심시키고 퇴원까지 시켰다는 점에서 병원의 과실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또 한 가지 유족 측은 병원이 당초 설명하지 않은 ‘위축소 수술’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사의 설명의무를 위반하고 동의 없이 수술을 진행했다는 주장이지만 현재 병원 측은 ‘위벽 일부가 떨어져 나가 봉합수술만 했다’며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법원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의 근거로 인정하고 있지만 오스트리아 형법을 제외하고는 의사를 형사처벌하는 직접적인 법규정을 가진 나라는 거의 없다.

다만 최근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피부과 의사를 기소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환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업무상 과실로 문제 삼은 적은 있다.

마지막으로 양 측 주장의 진위 여부에 따라 천공 혹은 위벽에 대한 의료진의 봉합 과정상의 과실도 문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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