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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쉼? 짐? …딜레마에 빠진 서민들

짐, 쉼? 짐? …딜레마에 빠진 서민들

기사승인 2014. 11. 11.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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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우리네 삶, 주거불안이 한몫
서민들을 울고 웃게 하는 집. 집이 우리들에게 갖는 의미란 과연 무엇일까?

조선시대 주택은 집이자 일터였다. 개항과 함께 도시가 형성되면서 주택은 일과 분리된 휴식의 공간으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대한민국 사회가 근대화와 산업화를 거치며 가족 구조도 대가족에서 핵가족 형태로 점차 변화함에 따라 그에 적합한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보급되기 시작한 때문이다. 특히 가정에서 여성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집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곳은 바로 부엌이다. 여성의 커진 영향력 만큼이나 부엌은 더 편리하게, 더 고급스럽게 진화를 거듭했다.

이같은 한국인의 주거 형태의 변화 속에서 한국인의 삶은 또 어떻게 변했을까? 대한민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3년 2만3837달러로 지난 60년간 67달러에서 350배가 넘게 늘어났다. 그러나 156개 국을 조사한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41위(6.267점)로 초라하기만 하다. 1인당 소득 7830달러인 콜롬비아(35위)보다도 낮다. 실제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고 출산율이 가장 낮다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한국인의 삶은 왜 이처럼 팍팍한 것일까? 그 가장 큰 원인으로 주거 불안정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기본이 되는 의식주 가운데서 한국사회에서 유독 두드러지게 불안정한 요소가 주(住), 바로 집인 것이다. 현재 집값이 너무 비싸 한국인의 삶을 척박하게 내몰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근로소득만으로는 평생 내집마련을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부동산서비스업체 ‘알프렌파트스’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직장인은 월급을 하나도 쓰지 않고 저축해도 약 13년을 모아야 전용면적 85㎡ 아파트를 겨우 마련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장 상용근로자 1인당 월급액은 320만원이다. 한국감정원이 분석한 서울 아파트 전용면적 85㎡ 평균 매매가격은 같은 기간 4억93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소득자 대부분이 1년 내내 힘들게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 넘게 저축해도 집 한 채를 사기 힘들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2년 실시한 주거실태조사에서 우리나라 최초 주택 구입 연령은 평균 41.1세였다.

집을 못 사면 전세라도 맘 놓고 들 수 있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만만치 않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3억1450만원으로,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8년을 모아야 아파트 전세를 겨우 마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 주택에서 가장 흔한 형태인 아파트 전세는 1억5500만원에서 1억6900만원으로 1년 사이에 1400만원이나 올랐다. 이미 전셋값은 집값의 70%에 육박하고 재계약 시즌만 되면 집주인이 터무니없이 전세금을 올려 부른다. 대출이 아니라면 근로소득자 대부분이 아파트 전세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겹게 되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전세살이를 하는 것 조차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돼 우리나라 자가주택 보유율은 1980년 58.6%에서 2010년 54.2%로 오히려 떨어졌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집을 사기에는 갈수록 겁이 난다. 정부가 9·1 부동산 대책 등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집값 상승률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 신도시 공급 중단, 재건축 연한 축소 등의 대부분의 부동산 대책은 예상대로 반짝 효과로 끝나면서 전세 시장만 흔들리고 있다. 10월 초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08%로 전주(0.09%) 대비 오히려 줄었다. 은행 빚을 떠안고 집을 샀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정부가 각종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요즘 40대 가운데 집을 살 여력이 되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다른 곳에 돈을 쓰려고 해도 전세, 월세를 내고 나면 다른 곳에 쓸 여력이 없다”고 말한다. 이는 고스란히 내수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실을 도외시한 서민주택 정책이 실질적인 근로자 가구주들에게는 편안한 쉼터인 내집마련과는 더욱 멀어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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