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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조용할 날 없는 삼성전자 사옥

[기자의눈] 조용할 날 없는 삼성전자 사옥

기사승인 2014. 11.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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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강남역 8번 출구 앞에 걸린 현수막.
최근 잠잠하던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인근이 어수선해졌다. 한 중소업체 대표와 외국인 노동자들이 강남역 8번 출구 주변에 현수막을 걸고 시위를 하면서다. 현수막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삼성전자가 자사 휴대전화 관련 특허기술을 빼앗아 갔다는 것이다.

이 시위는 이미 지난달 열린 적이 있다. 지난달 8일 같은 장소에서 기자와 만난 이 업체 대표는 “지금은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입장이) 정리되면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 시위에서도 업체 대표의 대답은 비슷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지난 시위 때 협상해준다고 하고선 아직 말이 없다. 당분간 좀 지켜보고 모든 걸 털어놓겠다”고 말했다.

이 시위는 인과 관계나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다른 시위 또는 집회와 성격이 달랐다. 기술적인 부분의 인과 관계를 증명해 확실한 결론을 낼 수 있는 특허권 관련 문제기 때문이다. 현수막을 내걸었을 뿐 확성기 등을 활용해 고성을 내지도 않았다.

시위 대상도 분명했다. 삼성전자 구매부를 겨냥했다. 박종서 무선사업부 글로벌운영실 구매팀장(부사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삼성전자 구매부가 휴대전화 관련 특허를 침해해 업체를 파산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합의서 작성으로 중소기업을 농락했다고도 했다.

이번 시위에서는 현수막 내용이 다소 바뀌었다. 삼성전자 구매부 직원이 찾아와 업체 대표에게 개인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자제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박 부사장의 실명이 빠졌다. 취재 도중 서울시설관리공단 직원 2명이 시위 현장을 찾아 현수막을 치워달라고 요청했다. 민원이 들어왔다는 이유였다. 업체 대표는 “삼성전자 직원이 민원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사실 삼성전자는 한동안 조용했다.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인권지킴이) 협상 이후 잠시 과천철거민연합 등에서 거센 시위를 벌이더니 다시 평온한 날을 보냈다. 삼성전자는 시위가 열릴 때마다 사옥 인근에 바리케이드를 친다. 반올림 등 대규모 시위 땐 사옥에서 지하철역으로 연결되는 길을 차단하기도 한다.

보안 요원들도 매우 민감한 편이다. 사옥 외부에서 사진을 찍어도 이를 제지한다. 잦은 시위 빈도를 고려하면 민감한 반응이 이해되기도 한다. 특정 집단의 이익을 목적으로 열리는 시위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진짜 목소리’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 1등 기업으로서 진정한 상생이 무엇인지 책임감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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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소업체 직원들이 지난달 8일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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