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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스포츠를 말하다] 기업, 스포츠와 궁합이 필요하다? (2)

[기업, 스포츠를 말하다] 기업, 스포츠와 궁합이 필요하다? (2)

기사승인 2014. 11. 2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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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선수가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프로스펙스 지면광고/사진 = 프로스펙스 홈페이지
기업들이 스포츠를 이용해 판매량을 높이고 자사의 이미지를 제고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스포츠마케팅, 스포츠경영이라는 학문이 등장하기 전 이미 현장에서는 마케팅의 한 수단으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뤄졌던 방법이다.

1920년대 라디오라는 대중매체가 등장하면서 부터 본격적인 스포츠와 기업간의 연계가 시작됐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매체와 스포츠가 만났을 때 만들어내는 파괴력을 알기 전만 해도 스포츠가 매체에 머리를 숙이고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았다. 미국 대학미식축구 리그인 오렌지 볼의 경우 1936년 CBS방송국에 당시 500달러라는 돈을 지불하고 라디오 중계를 부탁했던 것처럼 말이다.

라디오와 스포츠가 만나 스포츠를 이용한 마케팅의 효과를 알게 된지 100년이 다 되가는 지금은 체계적인 분석과 평가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끌어내기 위한 각 기업들의 노력이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유명한 스포츠 선수와 계약을 맺거나 대규모 스포츠 행사에 후원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실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업입장에서 실패한 마케팅은 언제나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미 말했던 것과 같이 기업의 이미지·제품 이미지가 마케팅 수단으로 선택한 스포츠와 어울리지 않는 경우에는 비싼 돈을 들여 실시한 마케팅 활동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또 너무 잘나가는 인기스포츠 스타에만 의존해도 기업의 이미지는 스타의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자금이 부족한 기업들이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이벤트를 후원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에 특정 스포츠 구단이난 선수를 후원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 그럼에도 스포츠대회를 후원하는 것보다 특정 구단이나 선수를 지원하는 경우 마케팅 실패 위험은 높아질 수 있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 보다 적은 돈이 들여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예상치 못한, 아니 예상 할 수 없는 변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1위를 달리며 승승장구 하던 스포츠 구단의 성적이 갑자기 곤두박질 치거나, 후원 스포츠 선수가 부상 등의 이유로 한 시즌을 끝내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 그런 예다. 선수가 돌출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자숙의 시간을 갖아야 하는 상황도 있다. 무엇보다 이런 변수들은 기업에서 직접 관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 기업들에게 돌아오는 후폭풍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

박찬호 선수가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했을 때가 그런 상황이었다. 박찬호는 LA 다저스 시절인 2001년 990만달러(약 127억원)의 연봉을 받았지만 5년에 6500만달러를 받고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했다. LA다저스 시절 절정의 투구를 보이던 박찬호 선수는 국내 기업들의 광고 섭외 1순위가 됐었다. KB카드도 그 기업들 중 하나였다. KB카드는 2002년 광고모델로 박찬호 선수를 영입했다. 1년 계약에 8억원이라는 광고료를 지불하는 조건이었다. KB국민카드입장에서는 ‘박찬호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기대했고, 당시 분위기라면 박찬호 선수는 요즘 말로 ‘대세’였기에 이런 결정은 문제 될 것이 없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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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을 공식 후원한 LG전자
하지만 박찬호 선수가 부상으로 성적이 악화되면서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먹튀’ 논란이 일었고, 국민들 머릿속에서 박찬호 선수의 존재감은 급격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KB카드에게는 예상치 못한 복병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가 월드컵에서 믿기 어려운 성적을 내면서 모든 관심은 축구로 쏠린 것도 악재였다. 결국 이 광고는 스포츠 선수를 이용한 광고 중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히게 됐다.

김연아 선수를 이용한 광고를 진행했던 기업들도 KB카드와는 다르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화려한 은퇴를 하기 전까지 김연아 선수는 다양한 제품과 기업 광고에 출연하며 광고주(기업)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매출을 늘리고 인지도를 높이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인 2011년 김연아 선수는 무려 34개의 광고에 출연했다.

소비자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광고모델을 보면서 기업과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머리 속에 각인시킨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각인된 기업과 제품 이미지는 브랜드에 대한 호감과 무안한 신뢰를 만들어 내고 제품 구매라는 결과를 낳는다.

문제는 김연아 선수 같이 영향력이 강한 모델이 다양한 제품과 기업의 모델로 나설 시, 광고에 노출되는 기업과 제품에 대한 관심도를 떨어 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광고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의 각인 효과는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머리 속에서는 많은 광고들이 중복돼 어떤 광고가 어떤 기업·제품의 광고인지 혼돈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관련 제품을 구매하려 할 때 머리 속에 있는 필요한 정보가 왜곡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예상돼지 못했다.

김연아 선수가 나왔던 34개 광고중 어떤 기업과 제품이 있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지를 생각해 보면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쉽게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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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스포츠를 후원한 LG전자
그렇다고 기업과 어울리지 않는 스포츠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는 것만은 아니다. 처음에는 스포츠와 기업의 이미지가 연결되지 않더라도 꾸준한 투자와 마케팅 활동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다. 물론 자금력이 뒷받침 돼야 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LG의 브랜드이미지는 가족·삶을 강조하는 성향이 강했다. 주력제품이 생활가전이라는 점만 봐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LG는 위험하고 도전적이지만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엑스스포츠’에 후원을 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비록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포뮬러 1(F1)’에 대한 후원을 한 것도 신기술을 접목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IT기업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힘을 보탰다.

스포츠를 이용한 마케팅은 대중들이 알고 있는 것 만큼 시작하면 무조건 성공하는 마케팅 기법이 아니다. 예상할 수 없는 변수도 많을 뿐만 아니라 어떤 문제가 눈에 보이지 않음에도 예상 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스포츠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을 꾸준히 진행하는 것은 여전히 이 방법이 투자대비 고효율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최고의 전략중 하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예상할 수 없는 변수들이 실제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가가 마케팅 성공의 핵심이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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