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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친절’이 아쉬웠던 에너지정책 토론회

[취재뒷담화]‘친절’이 아쉬웠던 에너지정책 토론회

기사승인 2014. 11.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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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발제문에 불필요한 전문 공식…일반인 '눈높이' 맞출 필요
정희영사진
정희영 산업부 기자
21일 서울 역삼동의 르네상스 서울호텔에서 열린 ‘셰일가스 개발 이후 에너지 산업 동향’ 토론회.

에너지경제연구원과 녹색성장위원회가 공동 주관한 이 토론회에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다. 최근 셰일가스 열풍에 대한 관심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방명록을 보니 학계뿐만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정유·석유화학에서 건설까지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토론회는 주제발표 제목만으로도 한껏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셰일가스 개발 이후 국내외 에너지 시장 변화’와 ‘셰일가스 개발이 국내산업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방안’ 등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셰일가스 활용법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제발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기대는 꺾였다. 첫번째 발표의 주제는 ‘한국의 전력산업과 천연가스 황금기’로 기존 공지됐던 것과는 내용이 달랐다. 그 뿐만 아니라 발제문도 영어로 작성돼 있었다. 토론회 참석자 중 외국인은 한명도 없었다는 점에서 의아했다. 셰일가스 붐의 호재를 누리기 위해서는 발전사업 등 전력부문의 경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 영어 발제문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두번째 주제발표에서도 발표문 중간에 불필요한 전문 공식들이 포함돼 있었다. 알아 볼 수 없는 수식이 뒤섞인 공식들은 참석자들의 이해를 오히려 방해했다. 과연 청중 가운데 이 공식을 이해할 수 있는 이가 몇명이나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날 토론회에서 셰일가스 붐과 관련 국내 산업의 대응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국내기업들의 셰일가스 개발의 대응전략으로 무역·투자 서비스를 아우르는 ‘시스템 융복합재’ 중심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계·플랜트 등 단품 중심으로는 독일과의 품질 경쟁,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승산이 없기 때문에 설계·건설 등 다양한 서비스와 운영·유지·관리 등의 투자요소가 융합된 새로운 고부가가치 사업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에너지 산업 관련 동향을 전문가적 관점으로 풀어낸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토론회장을 나설 때까지 씁쓸한 기분은 가시지 않았다. 왠지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된 것 같았다. 토론회가 학계 전문가들의 지식 공유의 장이 아니라 산업 관계자들 더 나아가 일반 시민들이 함께 소통하는 장이 되기 위해서는 좀더 친절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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