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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권하더니 개인회생 하라고?”..악덕 브로커에 두번우는 서민들

“대출 권하더니 개인회생 하라고?”..악덕 브로커에 두번우는 서민들

기사승인 2014. 11. 2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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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당국 태스크포스 꾸린지 1년 넘었지만, 개선은 요원
사본 -클립보드 이미지
#1) 버스기사 이모씨(53)는 C형 간염에 감염돼 병원비 증가, 차 할부금 상환 등의 문제로 카드빚이 급증했다. 이씨는 생계비 부족으로 고민하던 중 대출 중개인으로부터 휴대전화 대출상담 문자메세지를 받았다. 그는 전화상담 후 대출을 신청했지만, 기존 대출이 과다해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대출 중개인은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니 기존대출 감면을 해 주겠다”며 개인회생 신청을 권유했다. 이씨는 대출 중개인이 연결해 준 법무사 브로커에게 수임료 180만원을 지급하고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그러나 수개월 뒤 법원에서는 채무감면 없이 5년 동안 전액 상환하라고 결정했다. 이씨는 “채무탕감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개인회생을 신청했는데, 탕감이 전혀 없음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환불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며 “없는 살림에 수임료만 날린 꼴”이라고 한탄했다.

#2) 기초생활비 수급자 김모씨(53)는 1800만원의 빚을 탕감하기 위해 법무사 브로커로부터 채무면책해 주겠다는 말을 듣고 신분증 등과 착수비 20만원을 브로커에게 보냈다. 그러나 3개월 후 법무사로부터 파산신청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제출서류 일체를 반송받았다.

김씨가 선급금 20만원 환불을 요청하자 법무사 측은 “해당 브로커는 퇴직한 상태로서 선급금 입금과정은 법무사에서 알 수 없는 내용이며, 브로커 앞 입금금액은 모두 부채증명서 발급비용으로 충당했다”며 환급을 거절했다.

개인회생과 개인파산 등 공적 구제제도를 악용한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며 가뜩이나 갈곳 없는 서민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선진국처럼 공적 구제제도 이용에 앞서 정상적인 금융회생 절차 활용을 의무화하고 브로커로 인한 피해 구제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관계당국의 제도 개선은 요원하다.

24일 법원과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자는 9258명으로 전월(8229)대비 1029명 늘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매달 8000~1만명 정도가 이를 신청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작년말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공적 구제제도(개인회생+개인파산) 이용 건수는 3.06명으로 프랑스(0.67명), 일본(0.8명), 독일(1.21명)보다 월등히 많다.

특히 당장 인터넷만 열어봐도 각종 브로커들의 부정확한 ‘쓰레기’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익명을 원한 서민금융기관 관계자는 “법률 브로커는 물론 법률에 대해 무지한 대출중개인과 채권추심인 등 수수료를 노린 각종 브로커들로 인한 피해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개인회생을 포함한 법원의 공적 구제제도 승인률이 과거 80%대에서 작년 60%대로 추락한 실정이라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리고 토로했다.

이 같은 문제는 미국과 유럽 등은 사전상담(사전조정) 제도를 의무화해 공적구제 신청 남용을 규제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별다른 법적 규제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가까운 일본은 최저변제액 제도(총채무의 20%이상 상환 조건 등)와 채권자 과반수 동의 제도 등 공적구제 남용방지 수단을 마련해 두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불법적인 개인회생 알선 영업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어도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없어 쏠림 현상이 과중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도산절차 이용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해도 소송 외에 적절한 구제수단이 없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작년 10월 금융위원회를 포함한 ‘통합도산법 개정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이 같은 문제점들을 일부 논의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개선은 요원한 실정이다. 먹거리가 줄어들 수 있는 일부 법조인들의 반발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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