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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전달자·제보자 ‘출판물 명예훼손’으로 처벌될까?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전달자·제보자 ‘출판물 명예훼손’으로 처벌될까?

기사승인 2014. 12. 1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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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간접정범 형태의 범죄성립 인정
기자 아닌 사람에게 전달한 경우 상황에 따라 결과 달라져
정윤회 검찰 출석-18
청와대 비선실세로 거론되는 정윤회씨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인 자격과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병화 기자photolbh@
현정부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제기한 세계일보 보도 이후 관련자들의 고소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해당 기사는 정씨가 일명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등 청와대 핵심 비서진들과 정기적인 회합을 가지며 국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담긴 ‘청와대 문건’을 토대로 작성됐다.

세계일보 보도 자체가 이들 문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지는 검찰수사가 좀 더 진행돼야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그렇다면 세계일보 측에 해당 문건을 전달해 기사화될 수 있게 만든 전달자, 아니면 그 전달자에게 그 같은 내용을 알려준 제보자는 어떤 책임이 있을까?

우리 형법상 신문이나 잡지 등을 통한 명예훼손은 형법 309조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적용된다.

일반 명예훼손죄와의 차이점은 성립요건으로 명예훼손의 ‘고의’ 외에 ‘비방할 목적’이라는 주관적 요소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점이다.

또 전파성이 강한 매체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명예훼손에 비해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가중 처벌된다.

일단 우리 대법원은 간접정범 형태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 성립을 인정한다. 간접정범이란 범죄에 대한 고의가 없거나 책임능력이 없어 처벌되지 않는 사람을 도구처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말한다.

가령 이번 사건의 경우 세계일보 기자 등 언론사 관계자에게 문제의 문건을 전달한 사람이 △그 문건에 적힌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알았고 △문건에 등장하는 정씨나 청와대 비서진들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그들을 비방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그 같은 정을 모르는 기자를 통해 보도가 나갔을 때 해당 언론사나 취재기자는 처벌할 수 없지만, 전달자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처벌받게 된다.

한편 언론사에 정보를 전달한 전달자에게 그 같은 내용을 알려준 제보자의 경우 상황에 따라 처벌 가능성이 갈린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2002년 “제보자가 기사의 취재·작성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자에게 허위사실을 알렸을 뿐인 경우 제보자가 피제보자에게 그 알리는 사실이 기사화되도록 특별히 부탁했거나 피제보자가 이를 기사화할 것이 고도로 예상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제보자가 언론에 공개하거나 기자들에게 취재됨으로써 그 사실이 신문에 게재되더라도 제보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해당 사건은 1996년 의사 A씨가 의료기기 회사인 메디슨사와의 분쟁을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서울시 정무부시장이던 김모씨를 통해 같은 당 이모 국회의원에게 ‘메디슨사가 기술력이 떨어짐에도 권력자의 비호로 급성장했고, 사기죄로 고소했지만 대통령 주치의가 담당검사에게 압력을 넣어 무혐의 처리됐다’는 취지로 제보한 사안이다.

이후 A씨가 제보한 내용이 결국 국회에서 공개돼 여러 일간지를 통해 보도됐지만 대법원은 A씨에게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 성립을 부정하고 일반 명예훼손죄를 인정하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문건을 직접 작성한 박관천 경정에게 해당 내용을 알려준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은 광고회사 대표 등 복수의 제보자로부터 십상시 회동의 내용을 전해 들었다.

그렇다면 그 중 누군가가 제보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알면서 박 전 청장에게 기자나 언론사를 통해 기사화되도록 부탁했다면 처벌될 수 있다. 박 전 청장 본인이 그 같은 점을 인식하고도 들은 내용을 박 경정에게 전달, 문제의 문건이 작성되고 언론사에 유출되게 했다면 박 전 청장에게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 성립이 가능하다.

한편 정씨의 주장대로 세계일보에 전달된 문건의 작성과 유출이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주도로 이뤄졌다면 조 전 비서관에게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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