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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과 ‘소공동’ 리더십

‘명동’과 ‘소공동’ 리더십

기사승인 2015. 01. 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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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선_소장_얼굴_사진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
필자는 국내 최고경영자(CEO) 리더십 특징을 ‘명동’과 ‘소공동’ 스타일로 구분해본 적이 있다. 특정 지명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명동은 (명)령해서 행(동)하게 하는 리더십을 뜻한다. ‘소공동’은 (소)통하고 (공)감대를 이끌어내,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군대 사령관처럼 명령해서 행동하게 하는 방식이 바로 ‘명동’ 스타일 리더십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우리나라 CEO들이 많이 애용(?)하는 타입이다.

이 리더십은 빠른 사업 전개, 힘의 집중, 효율적 조직관리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단점은 CEO가 잘못된 명령과 판단을 내릴 때다. CEO 결정에 중대한 오류가 생기면 자칫 조직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는 물론 막대하게 쏟아 부은 인적, 물적 낭비로 한순간에 회사 존폐여부까지 영향을 미치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창업주와 궤를 함께 하지 못한 오너 3~4세 시대로 넘어가면서 ‘명동’ 리더십은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경영 능력도 제대로 검증 안된 상태에서 창업주 일가라는 이유만으로 야전사령관 지휘봉을 넘겨주는 것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단면이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문제가 생기면 CEO에서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 최선의 해결책을 모색하게 하는 것이 소공동 리더십으로 응축된다. 소통을 한다고 문제가 잘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수많은 소통 중에서 CEO에 이르기까지 공감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도출될 때 소통의 과정은 유용하다.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소통은 기업에서는 공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감대가 모아졌더라도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기업의 생리는 소통과 공감보다 실천과 행동에 더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소통-공감-행동’이 하나의 기업 문화로 정착 되어야지, 어쩌다 한두 번 하고 마는 이벤트성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문제는 아무 CEO나 소공동 리더십을 구현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기업 문화로 정착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경영진 입장에서 본다면 답답할 수밖에 없다. 소통의 중요성을 CEO가 아무리 갈파해도 명동 리더십에 익숙한 직원들은 서로 눈치만 보다 시간만 허비하는 등 시행착오도 많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공동’이 ‘명동’ 리더십과 다른 점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위해 움직이는 선순환 문화가 시스템적으로 형성된다는 점이다. CEO가 부재(不在) 하거나 위기 상황이 닥치더라도 시스템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리더십에 정답은 없다. CEO가 올바른 판단을 하고 건전한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 수 있다면, ‘명동’ 리더십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도 롱런(long-run)하는 기업이 많아지려면 ‘소공동’을 하나의 기업 문화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소공동 리더십 같은 슬로(Slow) 전략이 어느 시점부터는 명동 스타일 같은 패스트(Fast) 전략을 앞지를 수도 있다는 것도 곱씹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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