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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이란 말에 덜컥…” 구직자 특정한 ‘취업미끼 대포통장 사기’ 기승

“‘합격’이란 말에 덜컥…” 구직자 특정한 ‘취업미끼 대포통장 사기’ 기승

기사승인 2015. 01. 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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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조직이 특정 기업 가장해 채용하는 척 역할극
구직자들로부터 입사지원서 접수해 피해 대상 특정
지난해 12월 16일 K씨(여)는 A취업사이트에 올라온 한 무역회사의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를 보고 이날 오후 해당 회사가 메일로 전달한 입사지원서 양식을 빠짐없이 작성해 보냈다.

이튿날인 17일 K씨의 입사지원서를 접수한 회사는 그에게 합격전화를 걸어 “무역회사 특성상 보안이 중요하다. 그래서 체크카드에 보안칩을 심어야 한다”며 체크카드와 증명사진을 요구했다. 그리고 ‘회사에서 하는 일’ ‘교육 일정’ ‘유니폼 사이즈’ 등의 이야기를 꾸며내 K씨의 의심을 피해갔다.

K씨는 “회사 측에서 “보안카드를 개인적으로 아르바이트생에게 주기 어렵다며 본인이 사용하는 체크카드를 주면 거기에 보안칩을 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며 “그러면서 “카드 안에 있는 돈은 다른 계좌로 옮겨 놓으라”고 했다. 그렇게 하면 어차피 그 카드의 계좌는 비어있게 되니 개인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 판단, 대포통장 사기로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K씨는 회사 측에서 보낸 퀵 서비스를 통해 체크카드(보안카드·비밀번호 포함)와 증명사진을 보냈다. 다음날인 18일 그의 계좌로 600만원의 돈이 입금됐고, 그 돈은 곧바로 6차례에 걸쳐 100만원씩 빠져나갔다. 그의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악용된 것이다.

보이스피싱·스미싱 등을 통해 금품을 갈취하는 전자금융 사기조직들이 최근 특정 기업을 가장, 취업사이트에 가짜 채용 공고를 올리고 입사지원서를 접수 받는 등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대포통장 명의도용 사기를 벌이고 있다.

기존의 보이스피싱·스미싱 등을 통한 대포통장 명의도용 사기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다면 위와 같은 사례의 경우 사기조직이 마치 역할극을 하듯 가짜 회사를 차리고 채용 공고를 통해 입사지원서를 접수, 손쉽게 얻은 피해자들의 정보를 통해 자체적으로 대상을 특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피해자 대부분은 취업·부업·아르바이트 등 일자리를 원하는 구직자들로, 사기조직들은 이들의 불안한 심리를 역이용해 의심의 여지를 줄여나갔다.

14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대포통장의 월평균 발생건수는 △2012년 3360건 △2013년 3157건 △2014년 3013건(3월까지의 평균)으로 3000건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2011년 이후 감소하던 보이스피싱 피해 발생건수·피해금액 역시 지난해 들어 다시 증가 추세다.

문제는 이처럼 늘어난 전자금융사기가 날로 교묘해지는 가운데 K씨처럼 피해자 겸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 이들을 위한 구제 대책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K씨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K씨 입장에서 억울하고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법적으로 통장이나 카드를 타인에게 넘겨주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된다”며 “K씨가 피해자로서 구제 받을 수 있을지는 차후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원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국 팀장은 “보통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경우, 대포통장 명의도용에 대한 대가가 커 이에 현혹되거나 통장·카드 양도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해 이런 일을 겪게 된다”며 “일단 해당 계좌를 통해 돈이 인출됐다는 것은 비밀번호와 보안카드까지 넘긴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정상적인 회사는 그런 것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구직자들은 미리 의심하고 여러 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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