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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교황빵’ 둘러싸고 특허 침해 논란

[단독] ‘교황빵’ 둘러싸고 특허 침해 논란

기사승인 2015. 03. 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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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베이커리 "특허 마늘빵 '키스링', 파리바게뜨가 모방"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간식으로 제공된 이후 '유명세'
특허권자 경고에도 SPC '묵묵부답'…되려 특허무효 청구서 제출
국내 최대 제과·제빵 전문기업인 SPC그룹이 동네빵집의 특허 제품을 그대로 모방, 판매해 물의를 빚고 있다. 더욱이 SPC는 기술을 도용한 것도 모자라 중소 베이커리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예고해 논란이 예상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PC는 지난달 9일부터 파리바게뜨에서 신제품 마늘빵인 ‘마늘링’을 판매하고 있으며, 자사 가맹점 등에 ‘교황 간식빵으로 판매된 유명한 빵’이라고 교육·선전해 왔다.

그러나 이 제품이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프로방스 베이커리’의 마늘빵 ‘키스링’을 그대로 모방한 제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프로방스 베이커리가 2013년 10월 특허를 출원한 ‘키스링’은 지난 2년간 약 2억원의 비용을 들여 100만명의 시식 테스트를 거쳐 개발했다.

100% 국내산 우유버터와 국내 토종마늘인 서산6쪽마늘만 사용하며, 밀가루 반죽층과 유지층이 교대로 겹겹이 얇게 적층된 다층 반죽시트를 제조하는 ‘고리형 다층빵’의 제조방법으로 만들었다. 밀가루를 제외한 빵 제조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국산화했으며, 프로방스 측이 제조 기술 및 빵 구성, 접합, 층 생성 등 모든 과정에서 특허권을 보유중이다.

특히 지난해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충남 서산 해미성지에서 열린 아시아 주교 모임에서 후식으로 제공된 이후 ‘교황이 먹은 빵’으로 유명세를 탔다.

마늘빵의 인기가 지속되자 지난해 7월부터 신세계, 롯데제과, SPC 등 대기업이 이를 본뜬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하기 시작했다. 프로방스 측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해 지난달 23일 특허권 및 상표권 ‘침해품’ 경고장을 각사에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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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베이커리의 ‘키스링’(왼쪽)과 파리바게뜨의 ‘마늘링’
확인 결과 신세계와 롯데제과측은 “특허권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고의로 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과의 입장을 밝히며 제품의 생산 및 판매를 전면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SPC 측은 경고장 접수 후에도 제품을 계속 판매하며 특허권자가 답변을 요구한 지난 4일 이후에도 이렇다 할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프로방스측은 설명했다.

프로방스 측은 “SPC의 특허권 침해로 단기 매출 손실이 1억원 정도로 추정된다”며 “무엇보다 파리바게뜨가 판매하는 마늘링은 우유버터가 아닌 마가린을 사용하고 국내산과 중국산 마늘을 혼합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와 똑같은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인식돼 제품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SPC는 프로방스측의 특허권 침해 경고 이후 지난 16일 특허청에 특허무효 심판청구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해당 특허를 무효화할 것을 특허청에 청구하는 것으로, 특허청은 추후 양측이 제시한 자료를 바탕으로 심결을 내리게 된다.

문제는 어느 한쪽이 심결에 불복할 경우 특허법원에 심결청구소송 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 때부터 ‘자본력 싸움’이 되면서 중소사업자가 대기업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신학 프로방스 베이커리 대표는 “교황간식빵이라는 자부심으로 가격 등에 어려움이 있어도 철저하게 우리 농산물만을 갖고 마늘빵을 만들어 왔다”면서 “SPC에는 마늘링이 수백가지 제품 중 하나이겠지만 우리는 직원 10명의 밥줄이 거기에 매달려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한화그룹, 미국 코스트코와 키스링 마늘빵에 대한 납품 계약을 맺었고 중국, 일본, 대만까지 수출을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SPC의 특허무효소송 제기가 향후 세계 특허 출원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마늘빵을 통해 중국에 우리 농산물을 수출하려는 계획도 전부 물거품이 될 수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SPC측은 “프로방스의 마늘빵 기술은 2011년 일본 제빵에 소개된 레시피하고 비슷하다고 내부적으로 보고 있다”며 “지난 2009년 파리바게뜨에서 ‘천사의 초코링’이라는 유사한 형태의 빵을 출시한 적이 있어 특허기술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가맹점에 ‘교황간식빵’이라고 교육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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