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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극적 재구성] 보이스피싱하려 보증금?!까지 지불한 2인조...결국 ‘삼일천하’

[기사의 극적 재구성] 보이스피싱하려 보증금?!까지 지불한 2인조...결국 ‘삼일천하’

기사승인 2015. 04. 0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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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사기 가담하려 보증금?!까지 지불한 2인조...결국 대포통장 사기에 덜미 /사진=픽사베이
, 이제 시작이다! 우리도 돈 좀 만져보고 살아보자

태식아 한 달에 천만 원은 번다고 했으니까, 하루에 평균 30만원은 버는 거지?”

 

, ! 천만 원은 기본이라잖아~ 우린 이제 설렁설렁 통장 전달만 하고 돈만 벌면 돼!”

 

워낙 큰 조직이니까 경찰이 조사해도 우리가 잡혀갈 일은 없겠지?”

 

중국에 본사가 있는데 우리를 어떻게 잡아가? 우린 그냥 돈만 긁어모으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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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가까스로 시작한 렌터카 사업이 어려워질 무렵, 태식은 그 사람을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 

 

좋은 옷에, 비싼 시계와 외제차를 타고 나타난 그를 보며, 렌터카 사업으로 그렇게 살아보려 했던 태식은 쓴웃음이 나왔다.

 

한국에 자주 들어오지 않는다는 그는 태식에게 시키는 일만 잘해도 월 천만 원은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렌터카 사업을 더 이상 지속했다가는 몇 년을 모은 돈과 대출금까지 날아갈 판국이었다. 태식은 그가 중국에서 하고 있다는 일에 동참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태식씨가 내 친구 동생이라니까 특별히 같이 하자고 하는 거요. 근데 우리 쪽 일이 워낙 보안이 중요하고 믿음이 중요한데, 요새 돈만 갖고 도망가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일종의 보증금을 좀 내야 하는데...”

 

그가 말한 액수는 2000만원 이었다. 자리 잡고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건물을 임대하는 것도 아닌데 보증금이란 말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태식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앞으로 벌어들일 돈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 형은 제가 아는 사람인데요, 저랑 함께 일 할 거에요. 그리고 보증금 2000만원 여기 있습니다

 

2015년 3월 16태식과 그의 아는 형 칠순은 보이스피싱 한국 사업단에 들어갔다.

 

/사진=픽사베이

2015318일. 중국 본사로부터 첫 임무가 하달됐다.

대포통장으로 650만원이 입금될 터이니 은행가서 전부 인출하고 50만원은 수수료로 가지라는 것이었다.

 

태식은 날아갈 듯이 좋았다. 하루 종일 TV나 보며 빈둥거리다 느지막이 은행 ATM기에서 돈만 뽑는데 50만원이 생겼다. 이렇게 쉽게 돈을 버는 일인지 생각도 못했다. 물론 보이스피싱과 관련된 일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중국 본사가 철통같은 보안 속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잡힐 일이 없을 것이라고 그가 말해줬다.

 

태식과 칠순은 사업단에서 처음으로 번 돈 50만원으로 흥청망청 썼다. 쉽게 번 돈은 쉽게 없어졌다. 하지만 그 술자리는 그 둘이 세상으로부터 모든 것을 얻을 것만 같았던 시작이었다. 돈을 긁어모아 외제차도 사고 좋은 집도 사겠다고 다짐했다. 그야말로 삼일천하의 시작일이었다.

 

어제 늦게까지 술을 먹고 오후에 일어난 태식은 중국 본사로부터 임무를 받았다. 대전으로 가서 대포통장을 사오라는 지령이었다. 곯아떨어진 칠순을 깨워 대전으로 향했다. 약속장소에는 스무 살 초반의 남자가 두리번거리며 서 있었다.

 

통장 팔려고 오셨죠? 통장 3개랑 현금카드 3, 비밀번호까지 주세요. 통장 하나당 20만원인거 아시죠? 60만원. 세 봐요

 

대전에서 사온 대포통장 3개를 본사에 90만에 넘겼다. 잠깐 대전에 내려갔다 왔을 뿐인데 30만원의 돈이 생겼다. 이제 이틀 밖에 안됐는데 벌써 백만 원 가량 벌었다. 이대로라면 천만원은 금방이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진=픽사베이
집에서 쉬고 있는 태식에게 중국 본사에서 전화가 왔다.

 

원태식씨 지금 엄청난 문제 생긴 거 알아요? 오늘 우리한테 넘긴 계좌에서 돈이 인출됐어요. 우리 쪽 사람이 한 게 아니라고요. 무슨 말인지 알아요? 우리 쪽이 지금 사기를 당한 거라고. 이거 어쩔 거야

 

일을 시작한 지 이틀 밖에 안됐는데 벌써 회사에 피해를 끼친 태식은 안절부절못했다. 이렇게 쉽게 돈을 버는 직장에서 퇴출되기라도 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지 막막했다. 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메꾸겠다고 중국 본사와 다짐과 약속을 했다.

 

여유 부릴 시간이 없었다. 하나라도 더 보이스피싱 사업에 도움이 돼야했다. 때마침 태식의 핸드폰이 울렸다. 이틀 동안 태식과 칠순이 인터넷 게시판에 대포통장 광고를 했던 것이 반응이 온 것이었다.

 

태식과 칠순은 분당으로 향했다.

 

형 이번 일은 우리가 경험해야할 일인거야. 너무 걱정 하지마. 예전처럼 또 렉카차나 몰면서 하루하루 힘들게 살 수 없잖아. 이걸로 돈 좀 벌고 빨리 그만두자 형

 

돈을 쉽게 버는 맛을 본 칠순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쉽게 벌고 화려한 삶을 꿈꾸며 태식과 칠순은 고객을 만나러 분당에 갔다. 가는 길은 한적하게 뚫려있었고 태식은 이 길처럼 자신의 인생도 뻥 뚫리길 바랐다.

 

하지만 뻥 뚫렸던 길이 좁아지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도로가 끊겼다. 분당에 도착한 태식과 칠순은 고객 대신 경찰을 만났고 그대로 경찰서로 잡혀갔다. 돈이 필요해 태식에게 전화한 고객이 마음을 바꿔 경찰에 신고했다고 형사가 이야기해줬다.

 

평생을 번 돈 2천만 원을 보증금으로 맡기고, 이제 돈 버는 맛을 아주 조금 느꼈던 태식은 허망했다.

 

10분을 일하고 50만원을 벌었던 그제.

2시간을 일하고 30만원을 벌었던 어제.

1시간을 일하고 50만원을 벌 것 같던 오늘.

 

돈을 긁어모아 세상을 가질 것 같던 태식과 칠순의 삼일천하는 뭐 하나 해보지도 못하고 조용하게 신속하게 끝났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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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을 하겠다며 범죄자에게 보증금까지 넘긴 2인조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일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최모(37)씨와 김모(42)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달 16일 보이스피싱 사기에 가담하기 위해 중국 내 총책에게 보증금 명목으로 22백여만원을 넘겼다.

 

지난달 18일 최씨는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은행에서 대포통장에 입금된 650만원을 인출해 중국으로 600만원을 보내고 50만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같은 달 19, 대전에서 대포통장을 팔겠다는 20대 남성으로부터 통장 3개와 현금카드 3개를 총 60만원에 샀고 보이스피싱 인출책에게 90만원에 넘겼다.

 

쉽게 돈을 번 최씨와 김씨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대포통장을 사기위해 경기도 분당에 도착한 두 사람을 기다린 사람은 경찰이었다. 대포통장을 팔기로 결심한 시민이 마음을 돌려 경찰에 신고한 결과였다.

 

경찰관계자는 일확천금에 눈이 멀어 사기꾼들에게 보증금까지 줘가며 범죄에 가담했다가 결국 원래 갖고 있던 돈마저 잃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기사의 극적 재구성] 실제 사건을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 한 기사입니다. 따라서 기사에 등장하는 이름은 가명입니다. 재구성한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점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투톡톡] 아시아투데이 모바일 버전에서는 '기사의 극적 재구성'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m.asiatoday.co.kr/kn/atootalk.html?ap=1#2015.04.01


아시아투데이 조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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