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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수준 악화…치료 인프라 열악

정신건강 수준 악화…치료 인프라 열악

기사승인 2015. 04. 0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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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에 자리한 국립공주정신병원을 방문하던 지난달 31일. 하늘은 비를 머금은 먹구름이 낮게 내려앉았다. 날씨 탓인지, 국립공주병원은 짙은 고요함에 쌓여 있었다.

병원 로비를 들어서자 환한 인테리어가 눈에 확 들어왔다. 로비를 서성이던 환우들이 낯선 이방인의 등장에 반가운 인사를 건네자 오히려 방문객들이 어색해 했다.

오는 4일은 정신건강의 날이다. 하얀 건물, 온기라고 느낄 수 없는 쇠창살.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정신병원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하지만 국립공주병원은 달랐다. 환하고 편안한 분위기는, 이곳이 정신병원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 최대한 자유 보장…치료 핵심

국내 정신병원 시설은 여전히 낙후돼 있다. 시설 투자 및 개선을 꾸준히 해온 국립이 사립에 비해 시설이 나은 편. 지난 1998년 대전·충청권 정신건강 거점 국립의료기관으로 개원한 국립공주정신병원은 국내 정신의료기관 중 최대규모와 시설을 자랑한다.

하루평균 200여명의 입원환자와 40여명의 외래환자가 찾는 이곳. 환우들은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과 치료활동을 통해 마음의 병을 치유한다.

이곳을 찾는 환우들은 대개 정신분열병·양극성장애·알코올중독·정신발육 지체 등의 질환을 앓고 있다. 국립공주병원의 가장 큰 특징이자 차별점은 환우에게 최대한 자유를 보장한다는 점이다. 이곳에서 환우의 자유 보장은 치료의 핵심이다.

실제 환우들은 병원 내를 자유롭게 오갔다. 병동 뒷편 운동장 트랙을 걷거나, 산자락에 마련된 1.5km 길이의 ‘치유숲길’을 걷는 환우들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어느 경우이든 의료진의 개입은 최소화된다.

입원병동의 하루는 오전 6시 시작된다. 오전 10시 50분께 환우와 간호사 등 20여명이 모여 앉아 음악치료가 한창이었다. 노래면 노래 박수면 박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환자를 위한 재활 프로그램은 명상, 헬스, 미술, 메이크업 등 다양했다.

이곳은 환우들의 사회적응력 향상을 위해 데이케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평균 2개월 정도 안정·재활 치료를 거친 입원 환자나 외래 환자들이 참여 대상이다. 이들은 집에서 병원으로 출퇴근하며 다른 환자들과 모임을 하고 산책을 하며 월 1회 사회 견학도 한다.

이 병원장은 “환자들이 달성해야 할 최종 목적은 사회로 돌아가 자신의 목표를 실현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라며 “병원에서 운영하는 데이케어 프로그램은 최근 많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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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국립공주병원. 20여명의 환우와 간호사들이 함께 합창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 사진 = 김시영 기자
◇ 환자 증가 불구 인프라 열악

우리 국민의 정신건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난 2011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18세 이상 성인 중 14.4%인 519만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했다. 하지만 전문가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경우는 15%에 불과하다.

또 인터넷·게임중독(9~19세 12.4%), 학교 폭력 등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정신의료기관 시설이나 지역사회 인프라는 취약하다. 최근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대형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신과에 대한 투자는 미미한 수준.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제도개선도 제자리다. 보건복지부는 중증정신질환자의 입원·치료 중심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치료를 중심으로 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법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이 병원장은 “정신질환자는 저소득층인 의료급여 환자들의 장기 입원율이 높은 편”이라며 “지역사회 돌봄 시스템을 확충해 정신건강상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야만 치료율도 높고 입원기간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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