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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인턴기자의 눈] 국회는 법 제조기?

[대학생 인턴기자의 눈] 국회는 법 제조기?

기사승인 2015. 04. 2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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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안 발의, 정부안 7배, 가결율 떨어져 졸속입법...국회 법제실, 전문성 갖춰야
[포토]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열린 본회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현금이 든 비타500 박스를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 총리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송의주 기자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2주만에 무려 30여건의 안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육군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 이후에는 군 폭력 방지 및 인권 보장 관련 내용의 법안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졌다.

16대 국회 이후 의원 발의법안과 가결법률안 건수는 정부제출 수보다 현저하게 많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부안의 발의건수는 16대 595건, 17대 1102건, 18대 1693건이다. 반면 의원 발의건수는 16대 1912건, 17대 6387건, 18대 1만2220건을 기록했다. 정부안 대비 의원 발의건수는 16대 국회에서 3.2배에서 17대 대 5.8배, 18대 7.2배로 늘어났다.

이 같은 흐름은 19대 국회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개원 3년만에 의원 발의안은 1만3056건(4월 7일 현재)이다. 하지만 입법 발의가 급격하게 증가한데 반해 실제 처리 법안 수는 큰 변화가 없다.

정부 입법안의 가결안은 16대 국회 431건, 17대 563건, 18대 690건, 그리고 19대 국회에서 247건이 가결됐다. 의원 입법안의 경우 16대 517건, 17대 1352건, 18대 1663건, 19대 1505건을 기록하고 있다. 발의하는 의원 입법안에 비해 가결률은 매우 낮은 셈이다.

이처럼 다량의 법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처리되는 법안이 적은 원인 중 하나로 폐기된 법안의 무분별한 재활용을 꼽을 수 있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폐기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은 ‘임기 만료’가 차지한다. 발의됐지만 심의조차 받지 못해 본회의에 부쳐지지도 않은 법안들은 국회의 임기가 만료되면 자동 폐기된다.

새로운 국회가 개원하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된 법안들을 차지하기 위한 속도전이 벌어진다. 국회 내에선 이를 ‘법안 새치기’라고 한다.

국회의원들이 새치기를 하면서까지 법안 발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의정 활동 평가에서 법안 발의 실적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5일 국회사무처가 국회입법조사처, 한국의회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했던 ‘의원입법 지원 효율화 방안 마련을 위한 세미나에서는 시민단체들이 의원입법 발의 건수를 국회의원 활동의 주요한 평가 항목으로 지정한 것이 현 의원입법 문제의 원인 중 하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손병권 중앙대 교수(정치국제학)는 “급증하는 의원 입법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서는 법안 발의 건수 등 정량 평가에 치우친 시민단체의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 기준이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입법 절차에 비해 과정이 단순한 것도 의원 입법 급증의 원인이다. 정부가 법안을 제출하기 위해서는 부처 간 협의와 규제개혁위·법제처 심의, 국무회의 의결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의원입법은 10명 이상의 서명만 있으면 가능하다. 절차가 단순하니 시간도 단축된다.

법제실의 전문성 부족도 지적된다. 입법기관인 국회에서는 법안을 발의하는 국회의원들만큼이나 법제실의 역할이 중요하다.

법제실은 정부의 법제처와 유사한 역할을 국회에서 담당하는 기관이다. 국회의원이 의뢰한 법안을 검토하고, 법안 내용에 관해 의원실과 조율한다. 법안 작성기준에 맞춰 정리한 뒤 법안을 다시 입안을 의뢰한 국회의원에게 돌려보내는 일을 한다.

그런데 법제실의 구성원을 보면 국회의 입법기능을 보좌하기 위한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입법고시 출신이나 변호사 특별채용을 통해 들어온 법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9급이나 8급 공무원에서 시작해서 다른 부서에서 일을 하다가 5급 정도가 되면 순환보직에 따라 법제실에 들어오는 경우도 상당수다.

이들은 국회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법학 과목에 관한 지식도 평가받는다. 하지만 법제처가 10년 이상 근무한 전문 인력들로 구성된 것과 비교하면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변호사 등 법조인을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해 법제실의 전문성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아울러 유일하게 법률안의 찬반 여부가 실명 표시되는 본회의에서 국회의원들이 사전에 의결할 법안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숙지할 수 있게 시간 여유를 갖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제도개선에 앞서 국회의원 스스로가 법안발의개수라는 실적에 연연하지않고 정책결정자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민생에 반드시 필요한 법안을 만드는 의식개혁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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