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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농성 2806일째, “대학 강사는 아무 것도 아닌 존재”

텐트 농성 2806일째, “대학 강사는 아무 것도 아닌 존재”

기사승인 2015. 05. 2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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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에서 노동 수업 진행하던 김영곤씨의 '텐트 투쟁' 이야기
국회의사당 앞 낡고 후줄근한 텐트, 이곳의 주인은 고려대에서 7년간 학생을 가르치던 강사, 김영곤 씨다.

그는 왜 고독한 시위를 시작하게 됐을까. “저는 고대 경제학과 68학번이고, 학생 운동권 출신이에요”라고 했다. 재학 시절 학교에서 제적을 당하기도 했고, 에어컨과 보일러 기술자로 노동 운동에 투신했다고 한다.

그 경험은 ‘한국 노동사의 미래’ 라는 책에 오롯이 담겼다. 노동운동의 경험으로 대학 강단에 섰지만 처우는 열악했다. 시급은 5만1800원으로 높은 편이지만 월급으로 따지면 40만원 남짓이었다.

교원 지위도 받지 못하는 열악한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가 그를 국회 앞으로 가게 했다. 2007년 9월 7일부터 인터뷰가 진행된 지난 13일까지 그의 시위는 2806일을 넘어섰다.

김 씨는 2012년 2월 15일 △절대평가 도입 △시간강사 시급 인상 △방학 중 강사료 지급 △수강인원 줄이기를 주장하며 고려대에서 텐트 농성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비(非) 박사 강사 해고’ 통보였다.

김 씨는 “고려대의 경우 전체 교수의 3분의 2가 강사이고, 강의는 절반을 맡는다”며 “그러나 전임 교수는 고등교육법에서 교원이고 강사는 교원이 아니다”고 했다.

이 같은 차이로 강사는 연구실, 연구비 지원을 받지 못한다. 그는 “대학 내에서 강사는 아무 것도 아닌 존재”라며 “교원이지만 교원이 아닌 존재”라고 했다. 강사의 교원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지금까지 텐트 곁을 지키고 있는 이유다.

그는 강사의 현실에 대해 “교육기본법 14조에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는 우대되고 그 신분은 보장된다’는 규정이 있다”며 “강사료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잘 가르치고 잘 연구할 조건으로 신분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씨는 또 절대평가의 확립이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대평가에서는 서로를 경쟁자로 인식해 견제하지만 절대평가를 실시하면 집단 지성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절대평가에서 나타날 수 있는 학점 상향평준화에 대한 우려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경희대에서는 1학년 학생들을 절대 평가하는데 교수와 학생에게 정해진 학점의 기준이 있다”며 “일반 경희대 평균보다 1학년 휴머니타스 칼리지 학점 평균이 더 낮아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같은 경우는 절대평가인데 성적이 전체적으로 나쁠 경우 그 때 상대평가를 적용한다”며 “그러면 수업시간에 어떤 문제가 나올 경우 공동으로 해결하려고 해 집단지성이 나타나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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