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가건물 | 0 |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가건물에는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들어진 문과 손잡이가 설치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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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불법 시설물 ‘세월호 농성 천막’이 ‘세월호 농성 가건물’로 뒤바뀌어 있어 시민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불법 시설물을 관리·감독해야 할 서울시가 세월호 유가족들의 편의를 위해 ‘천막’ 대신 ‘가건물’ 설치를 방조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3일 시 등에 따르면 세종문화회관 등이 인접해 있는 광화문 광장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설치한 천막 15개를 설치·운영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쯤 이들 천막 15개 가운데 13개가 합판 등을 활용해 소수의 농성자가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가건물로 바뀌어 자리잡고 있다.
이들 가건물은 30㎜ 정도의 합판으로 가로·세로 1.5m, 높이 1.7m 정도의 규모로 네 개의 벽면을 물론 천장까지 뒤덮인 불법 건축물로 세워져 있다.
그뿐만 아니라 농성자 등의 귀중품 보관 및 휴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가건물의 한쪽면에는 스테인리스 스틸 등으로 만들어진 문과 손잡이(일명 배꼽 열쇠)로 이뤄져 있다.
문제는 시가 이 같은 사실을 보고 받고 별다른 이의 제기도 없이 허용했음은 물론 세월호 농성 가건물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세월호 유가족 측은 시 측에 지난달 몰려온 태풍 및 장마로 인한 피해 등이 예상돼 천막 대신 합판으로 된 가건물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혜경 시 총무과장은 “시에 천막을 가건물 형태로 바꾸겠다고 알려와, 시에서는 15개 천막 중 2개를 빼주는 조건으로 이를 승낙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시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은 농성 철거에 대한 권고 정도일 뿐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재현 시 역사도시재생 주무관은 “철거에 대한 부분은 당초 시가 지원을 해준 것도 있고, 이를 강제 철거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모씨(45)는 “메르스 사태가 진정상태로 접어들어 오랜만에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가 세월호 유족들이 설치한 것으로 추측되는 가건축물을 보고 매우 불쾌했다”고 말했다.
이는 또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픔을 어느정도 이해하고는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광화문 광장에 천막도 아닌 불법 건축물을 설치한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강모씨(40)는 “1년 전엔 세월호 유가족들의 입장에서 농성을 응원하는 지지자 중 한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광화문 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곳은 세월호 광장이 아닌 광화문 광장”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7월 14일 광화문 광장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농성 천막이 설치된 후 1여년간 천막 총 15개가 설치됐으며, 이 중 13개 천막은 시의 지원을 통해 지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