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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암살’ 최동훈 감독, “천재감독? 재능 있다고 생각 못했다”

[인터뷰]‘암살’ 최동훈 감독, “천재감독? 재능 있다고 생각 못했다”

기사승인 2015. 08. 0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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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 800만 돌파 흥행 성공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캐스팅 "역할에 완벽 몰입" 칭찬
천재 감독-1000만 감독 수식어에 "부담 느끼지만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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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이상희 기자
최동훈 감독이 ‘믿고 보는 감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2004년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부터 ‘타짜’ ‘전우치’ ‘도둑들’까지 매 작품마다 입체적인 캐릭터와 박진감 넘치는 스타일의 연출력을 선보였던 최 감독. 그가 지난 2012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도둑들’에 이어 이번 신작 ‘암살’로 또 한번 흥행력을 입증했다.

‘암살’은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 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까지 이들의 엇갈린 선택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작품. 8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몰이 중이다.

최 감독은 2006년에 처음으로 ‘암살’의 이야기를 구상했다. 그는 독립군의 사진을 보면서 그 시대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됐다. 1930년대 독립운동과 역사적 사건에 대한 연구와 고민을 계속 한 끝에 비로소 ‘암살’이 나오게 됐다.

“사진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잖아요. ‘이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을까’에 대한 상상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9년 전에는 이 시나리오가 손에 잘 잡히지 않았어요. 막연했죠. 계속해서 자료를 찾아보고 있었는데 ‘도둑들’이 끝나고 나서 ‘더 이상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써내려갔어요. ‘참혹하고 우울한 시대를 어떻게 영화적으로 흥미진진하게 만들까’ ‘캐릭터들을 어떻게 기억하게 만들까’가 최대 고민이었죠. 쓰고 고치고 다 뒤집고 처음부터 다시 쓰고, 저에게는 새로운 과정이었습니다.”

최 감독은 ‘암살’의 주인공으로 남자가 아닌 여자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전지현)을 내세웠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이라는 거친 세계에서 여성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긴장감 있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는 여자를 영화적 장치로 머물게 하는 건 싫어요. 언제나요. ‘타짜’에서도 정마담(김혜수)은 주인공 중에 하나죠. ‘도둑들’에서도 10명 중 4명이 여자예요. 보통은 1명이죠. 이번 영화에서도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 속에서 여성이 총을 들고 고군분투하며 한 발짝 나아가는 게 서스펜스처럼 느껴졌어요. ‘과연 가능할까’ 싶었고, 그 여성이 일을 제대로 해냈을 때 ‘정말 잘했구나’ 응원이 더 될 것 같았죠. 절실한 부분이 저에게는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최 감독은 ‘암살’에서 주인공 안옥윤을 비롯해 임시정부대원 염석진(이정재), 상하이의 청부살인업자 하와이피스톨(하정우), 하와이피스톨의 파트너 영감(오달수), 생계형 독립군 속사포(조진웅), 행동파 독립군 황덕삼(최덕문) 등 인상 깊은 캐릭터를 만들었다. ‘타짜’ ‘도둑들’ ‘암살’ 등 최 감독의 작품에는 개성 있는 캐릭터가 대거 등장해 관객들에게 다양한 재미를 안긴다.

“저는 여러 이야기가 같이 진행되는 것을 좋아해요. 그렇다보니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나오고 그 사람들이 충돌하는 이야기가 그려지죠. 전 보통 영화에서 조연에 멈춰있는 것들을 많이 끌어 올리는 편이에요.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쓰다보면 머릿속이 복잡해져요. ‘이 사람이 왜 안 나오지?’ 할 때도 있죠.(웃음) 처음에 전체적인 틀을 잡아야만 캐릭터를 끌고 나갈 수 있어요. 또 등장인물이 많다보니 인물들의 등장에도 신경을 많이 써요. 캐릭터가 등장했을 때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가 누구와 얽히게 될까 등에 대해서요. 제가 첫 번째 관객이 된다는 느낌으로 쓰는 거죠.”

최 감독의 작품은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큼 배우들의 캐스팅에서도 늘 화제가 된다. 그는 캐스팅과 관련해 “캐스팅은 시나리오고 하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최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도둑들’에 이어 전지현 이정재와 함께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또 하와이 피스톨 역의 하정우와는 처음으로 작업하게 됐다.

“캐스팅은 친분으로 할 수 없어요. 왜냐면 배우들은 좋은 시나리오를 선택해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싶어하니까요. 전 ‘암살’을 쓰기 전에 전지현 이정재와 같이 하고 싶었어요. 하와이피스톨을 쓸 때는 하정우를 염두해두고 작업했죠. 세 배우에게 완성된 시나리오를 줬을 때 다들 하겠다고 해서 집에 와서 혼자 술 먹고 좋아했던 기억이 있네요. 하하. 세 배우다 쉬운 캐릭터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정말 열심히 해서 깜짝 놀랐어요. 그 어느 촬영 현장 때보다 집중력이 좋았던 것 같아요. 다들 캐릭터에 열심히 몰입해줘서 고마웠죠.”

최 감독은 늘 새로운 이야기와 개성 있는 캐릭터, 스타일리시한 연출력 등으로 관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는 ‘1000만 감독’ ‘천재 감독’ 수식어에 대한 감사와 부담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천재감독’은 허상이에요. 제 주변 사람들은 웃어요. 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죠. 영화를 만드는 건 재미있지만 정말 어려워요. 그런데 이걸 정면 돌파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그걸 즐길 뿐이지 ‘천재’는 아니에요. 관객들의 기대감은 무섭죠. 떨쳐버릴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떻게 하겠어요. 고맙게 생각하는 거죠. ‘1000만 감독’ 호칭도 부담되지만 사람들이 제 이름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저도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어요. 대학생 때 영화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었는데 감독이 못 될 것 같았어요. 재능이 있다고 생각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시나리오 작가만 되도 좋겠다’ 싶었죠. 그때는 공모전에도 많이 떨어졌어요. 데뷔할 때는 감독이 된 것만으로도 벅차고 좋았는데. 하하. 신기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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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이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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