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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한진중공업 승부수, 필리핀 ‘수빅조선소’를 가다

[르포] 한진중공업 승부수, 필리핀 ‘수빅조선소’를 가다

기사승인 2015. 11. 2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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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공 6년만에 건조 100척 돌파… 필리핀 현지 위상 놀라워
수빅조선소전경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조선소 전경. /제공 =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도 마닐라서 북서쪽으로 110km, 11월에 내리쬐는 뙤약볕을 뚫고 수빅(Subic)만에 내려서니 광활한 부지에 초대형 도크, 골리앗 크레인과 배들이 늘어섰다. 한진중공업의 미래성장동력인 수빅 조선소다.

24일 필리핀의 항구도시 수빅에 위치한 한진중공업의 90만평 규모 수빅조선소에 들어서니 축구장 10배 규모가 넘는 초대형 도크가 웅장한 모습이 드러냈다. 수빅조선소는 안벽 수심이 10m가 넘고 만 입구의 섬들이 태평양의 거센 파도를 막아줘 조선소가 들어서기에 최적의 입지다.

수빅조선소는 8만평에 불과한 부산 영도조선소가 협소한 부지로 5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의 선박을 건조하지 못하게 되면서 회사가 띄운 승부수다. 추후 값싼 중국인력을 당해내지 못할 것이란 판단에 더 저렴한 필리핀 인력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기도 했다. 현재 중국인력이 월 급여 100만원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필리핀 인력은 월 35만~40만원 수준으로 더 경쟁력 있는 인건비 구조를 갖고 있다.

실제로 이같은 전략은 맞아떨어져 한진중공업은 조선소 완공 6년 만인 지난 9일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기공식을 진행하며 총 건조척수 100척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국내 조선소의 해외현지법인 중 신조선 분야에서 100척 건조 실적을 달성한 건 수빅조선소가 처음이다.

수빅조선소가 완공되면서 선박 건조 역량이 대폭 향상됐고 대규모 해양플랜트까지 만들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됐다. 현재 수빅조선소엔 길이 370m, 폭 100m의 5도크와 길이 550m, 폭 135m로 축구장 10배가 넘는 세계 최대급인 6도크를 갖추고 있다. 방문 당일 6도크에선 1만1000TEU 및 9000TEU급 컨테이너선, 300K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 등 총 4척의 건조작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었다.

심정섭 사장
심정섭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사장. /제공 = 한진중공업
이날 심정섭 수빅조선소 사장은 “조선업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수빅조선소는 오히려 주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미래를 위한 회사의 결단이 옳았음을 증명한 셈”이라고 밝혔다.

심 사장은 “중국에게도 밀리지 않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업황이 다시 살아나는 시점이 오면 수빅조선소는 또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빅조선소는 2018년까지의 일감이 모두 확보된 상태로 모든 도크를 풀가동하며 선박 건조에 매달리고 있다.

필리핀 현지에서 직접 눈으로 본 수빅조선소의 위상은 놀라웠다. 지난 40여년간 필리핀의 크고 작은 인프라 건설을 한진중공업 건설부문이 도맡으며 신뢰를 쌓아왔고 수빅조선소 투자까지 이어졌다. 수빅조선소의 필리핀 현지근로자 수는 3만1000명에 달하지만 이 중 한국의 파견 근로자는 300~400명에 불과하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 따른 것이다.

현재 필리핀은 세계 4위의 조선국에 올라 있는데 이는 수빅조선소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수빅조선소가 필리핀의 전체 수주량(CGT 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7%에 달한다.

수빅조선소가 필리핀 국가경제에 기여하면서 현지 정부는 향후 10년간 한진중공업의 동의 없이 근로자들이 다른 나라로 나갈 수 없게끔 하는 대통령령을 선포했다. 필리핀 현지 근로자들 교육까지 진행하는 한진중공업을 정부가 나서 지원한 셈이다. 여기에 필리핀 정부는 7년간 모든 세금을 면제해 줬고, 기본 50년에 연장 25년 동안 월 임차료 1000만원에 조선소 용지를 임대해 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날 수빅조선소 근로자 크리스틴씨는 “수빅조선소는 세계적인 조선소로 평판이 좋은 회사에 일하는 것 자체가 자랑스럽다”며 “이곳에 근무하면서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었고 나의 아이들과 친지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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