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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문 잠그기와 글로벌 영업”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마지막 승부수

“뒷문 잠그기와 글로벌 영업”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마지막 승부수

기사승인 2016. 01.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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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차별화만이 살 길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지속 성장이 가능한 영업을 해야 한다. 앞에서 번 돈이 뒷문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하자. 올해가 마지막이다.”

최근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대내외적인 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핀테크 등 급변하는 시장상황 속에서 먹거리는 갈수록 줄고 있고, 주가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부의 우리은행 민영화 협상 파트너였던 중동 국부펀드의 지분 인수 관심도 최근 시들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포기는 없다. 요즘 이 행장의 행보를 표현하자면 ‘위기 속에 피어나는 꽃’이다. 올 들어 이 행장은 직원들에게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뒷문 잠그기’와 ‘글로벌 영업’ 등을 주문했다.

우선 ‘뒷문 잠그기’ 전략을 통해 1만5000여명의 직원들이 발로 뛰면서 벌어들인 돈을 고스란히 보전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부터 기업 대출 전략을 완전히 바꿔 연체가 된 부실을 다 줄일 뿐 아니라 과도한 기업 대출을 줄이면서 영업 창구에서 낸 수익을 고스란히 자본금으로 쌓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직원들은 자신들이 창구에서 번 돈이 고스란히 수익으로 이어지면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됐다.

여기에 이 행장은 사내 시상 문화를 바꿔 ‘내 몫을 완수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도 심어줬다. 올해 이 행장이 경영화두로 내세운 ‘대동약진’은 전 직원이 마음을 하나로 모아 함께 달려가자는 의미다. 이를 위해 이 행장은 이미 지난해 말 3인의 그룹장 체제와 사전인사제도 등을 단행하며 몸소 조직 효율화를 보여줬다. ‘내 몫을 완수하는 강한 은행’이라는 슬로건은 직원들 인식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이미 변화를 넘어 혁신에 가까운 자세로 우리은행 직원들이 발로 뛰고 있는 점은 적지 않은 성과로 평가받을 만하다.

특히 지난해 필리핀 저축은행인 웰스디벨롭먼트 은행 지분 51%를 인수한 것은 이 행장의 ‘차별화된 글로벌 전략’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지 리테일 업무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필리핀은 국내보다 순이자마진(NIM)이 높다. 국내보다 금융시장 규모가 크진 않지만 성장 속도가 빠르고, 금융 시스템이 안정화돼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필리핀은 로컬 은행들 간의 경쟁이 심해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동안 타 은행이 필리핀에 진출해 한국계 비상장 기업만 대상으로 뺏고 뺏기는 경쟁을 해오다 결국 성장이 멈췄다.

반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현지 저축은행과 함께 리테일 사업을 영위하는 콘셉트로 신주인수 방식의 M&A를 추진해 성공했고, 내달 말 필리핀 중앙은행의 본인가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우리은행이 인수한 필리핀 저축은행의 대주주인 빅쌀(Vicsal) 그룹은 필리핀 전역에 1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빅쌀 그룹은 시가총액 3억달러 규모의 유통업체로 자산 규모가 크진 않지만 현지에 46개 점포망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빅쌀의 점포망을 활용해 필리핀 현지인들이 현금보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도록 할 예정이다. 해당 유통업체에서 신용카드를 결제할 때 수수료를 최소화해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늦어도 2017년까지는 필리핀에 진출할 우리카드를 통해 현지 고객을 확보할 전망이다. 이 외에도 올해 해외 네트워크를 300개까지 늘리기 위해 현재 캄보디아와 인도 등 동남아에서 추가적인 M&A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행장은 다음달 중순 본부 IR팀과 함께 유럽과 싱가폴 등 해외 국가에 가서 직접 기업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안살림을 3인의 그룹장에게 넘긴 대신, 이 행장은 남은 임기동안 민영화를 위해 직접 발로 뛰고 있는 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은 직원들에게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할 줄 아는 CEO”라며 “이 행장은 올해를 민영화의 원년으로 삼고 ‘마지막 승부수’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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