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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뭐볼까] ‘동주’ 잔상이 남는 영화…돌아가다 생각하니 두 사나이가 그리워졌다

[영화뭐볼까] ‘동주’ 잔상이 남는 영화…돌아가다 생각하니 두 사나이가 그리워졌다

기사승인 2016. 02. 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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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주' 리뷰
[영화뭐볼까] '동주' 잔상이 남는 영화…돌아가다 생각하니 두 사나이가 그리워졌다
'잔상'이 남는 영화가 있다. '엔딩크레딧'이 스크린에서 사라진 순간부터 새로이 곱씹게되는 그런 영화 말이다. 이준익 감독의 '동주'가 그렇다. 흑백 화면 안에 오롯이 담긴 두 청춘, 동주와 몽규의 진심은 영화가 끝난 뒤 더 뜨거운 온도로 가슴에 자리한다. 윤동주 시인이 쓴 '자화상'의 한 구절처럼 돌아가다 생각하니 동주와 몽규, 두 사나이가 그리워졌다. 

'일제 강점기'란 어둠의 시대 안에서 시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동주(강하늘)는 친구 송몽규(박정민)가 신춘문예에 먼저 당선된 것을 지켜보며 열등감을 느낀다. 산문을 좋아하는 몽규는 시를 좋아하는 동주보다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인물로 개인의 이상보다 국가의 독립을 바란다. 

반면 동주에게는 '시인'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동주는 몽규처럼 나라의 독립을 위해 어떤 행동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시집'을 발표하고 싶은 꿈도 버리지 못한다. 몽규는 그런 동주의 꿈을 지켜주고 싶다. 

[영화뭐볼까] '동주' 잔상이 남는 영화…돌아가다 생각하니 두 사나이가 그리워졌다

지난해 영화 '사도'를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이야기했던 이준익 감독은 이번 영화 '동주'에서 역시 시대를 막론하고 공감될 수 있는 '청춘의 그늘'을 담았다. 극중 동주와 몽규는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역사 속 인물인 그들 역시 앞날에 대한 고민으로 심각하다. 

특히 모든 일에 주체적인 몽규와 달리 동주는 망설임이 잦다. 그 부끄러운 순간들을 시 구절에 담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자기 고백'이다. 이를 위해 이준익 감독은 영화 중간 삽입된 여러 편의 시 내레이션을 통해 동주 그리고 현 시대 청춘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대변했다.

영화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배경 삼아 동주와 몽규가 지나온 삶의 궤적을 담담히 바라본다. 이를 위해 이준익 감독은 장면을 단출하게 구성하고 절제된 분량의 대사와 음악을 사용,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진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이는 곧 관객들이 동주와 몽규, 두 청춘의 삶에만 집중하길 바란 이 감독의 배려이기도 했다.

[영화뭐볼까] '동주' 잔상이 남는 영화…돌아가다 생각하니 두 사나이가 그리워졌다

태생적으로 화려할 수 없었던 영화 '동주'가 그 어떤 영화보다 수려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은 이준익 감독의 힘을 뺀 연출과 두 배우 강하늘·박정민의 호연 덕분이다. 

강하늘은 작품마다 기성복이 아닌 맞춤복을 입은 듯 철저히 '강하늘화'된 캐릭터를 구현하는데 탁월하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는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감과 역량으로 배우 강하늘을 지워내고 시인 윤동주로 빛났다. 

'파수꾼' '들개' 등의 전작을 통해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박정민은 '동주'에서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한다. 특히 영화 후반에 이르러 몽규가 '분노'의 감정을 꾹 삭혔다가 폭발시키는 장면은 서두에 언급한 '잔상'이 되기 충분하다. 

'동주'는 어둠의 시대 수치심과 열등감을 가득 품고 살았던 두 청춘, 동주와 몽규의 민낯을 통해 '나의 청춘'을 돌아보게 한다. 이준익 감독의 11번째 연출작으로 17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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