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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 ‘7번 액셀 오작동’ 항의 ‘1인 시위’ 고객 형사고소

폴크스바겐, ‘7번 액셀 오작동’ 항의 ‘1인 시위’ 고객 형사고소

기사승인 2016. 03. 02.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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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제출 고소장 기본 사실관계도 엉터리
회사 법무팀 경찰 진술까지 허위사실로 드러나

 

                          마산시위2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위치한 폴크스바겐유카로오토모빌 창원전시장 앞에 최모씨가 자신의 자동차에 현수막을 걸고 시위를 하는 모습/사진=최모씨 제공 

아시아투데이 최석진 기자 = 폴크스바겐코리아가 자동차 액셀러레이터(가속페달) 오작동을 이유로 환불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인 고객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일선 매장에서 법무팀에 의뢰한지 하루 만에 이뤄진 형사고소는 기본적인 고소사실마저 엉터리였던 것으로 드러나 고객의 항의를 저지하기 위한 ‘갑질’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경남 김해시에 사는 최모씨는 2014년 12월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위치한 폴크스바겐유카로오토모빌 창원전시장에서 폴크스바겐 CC 2.0TDI 신차를 485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차량을 구입한지 10개월이 채 안된 2015년 9월 어린 아들과 함께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최씨는 자칫 목숨을 잃을 뻔한 아찔한 순간을 맞았다.

<액셀러레이터 오작동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Y_vcY4t-6N4

시속 120km로 달리던 차량의 액셀러레이터가 먹통이 돼버린 것이다. 갓길도 없는 고속도로에서 가속페달을 아무리 밟아도 아르피엠(RPM)은 올라가지 않았고 뒤에 쫓아오던 트럭이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충돌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차량의 속도가 50km까지 느려진 뒤 최씨가 변속기어를 스포츠모드(S)와 주행모드(D)로 번갈아 몇 차례 왔다 갔다 하고서야 다시 정상적으로 가속페달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최씨는 당장 차량을 판매한 매장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증거가 없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고속도로에서 똑같은 증상이 또 나타났다. 지난번 기어를 조작했던 기억을 되살려 겨우 위기를 모면했다. 그리고 얼마 뒤 골목길에서 같은 증상이 또 나타났다.

같은해 11월 최씨는 서비스센터를 찾아갔다. 하지만 일을 위해 당장 차를 써야했던 최씨는 며칠씩 차를 입고할 수 없었다. 증상을 봐달라는 최씨의 말에 서비스센터 직원은 차량의 코스팅(클러치를 단절하고 주행하는 것) 버튼을 꺼줬다. 최씨가 “왜 그 기능을 끄냐?”고 묻자 센터 직원은 “임시방편”이라며 “CC 차량의 이런(코스팅) 기능 때문에 찾아온 고객이 또 있었다”고 얘기했다.

한달이 지난 지난해 12월 이 같은 증세가 또 반복됐다. 최씨는 서비스센터를 찾았지만 센터 직원은 “모든 부품이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가 돼 있는 상태”라며 “차량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후에도 액셀러레이터 오작동은 또 발생했다. 20여일 뒤 최씨는 다시 센터를 찾았다. 센터 측은 3일간 차를 입고해 정비를 받아보라며 다른 차량을 대차해줬다.

3일 후 최씨는 차를 돌려받았다. 센터 측은 소프트웨어를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했다고 했지만 가속페달의 오작동 증상은 여전히 계속됐다. 그뿐이 아니었다. 차량 경고등 6개에 동시에 불이 들어오는 새로운 이상증상까지 생겼고 후방카메라는 켜짐·꺼짐이 반복됐다. 운전석 문은 여닫을 때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참다못한 최씨는 폴크스바겐코리아 측에 항의했다. 원인도 찾아내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환불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코리아 측의 대답은 단호했다. “정비결과 차량에는 이상이 없다”거나 “차량을 다시 입고해서 정비를 받아보라”는 말만 반복했다.

더 이상 대화로 해결이 안 된다고 판단한 최씨는 1인 시위에 나섰다. 직접 현수막을 만들어 자신의 차에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고속도로, 시내도로에서 주행 중 “7번”의 악셀 미작동으로 죽을뻔했습니다. 살려주세요!!’라고 적었다.

비닐
매장 앞에 주차된 최모씨의 차를 폴크스바겐 매장 직원들이 검정색 비닐로 덮어놓은 모습/사진=최모씨 제공
자신이 차를 구입한 매장 앞에 차를 세우고 타이어를 일부러 펑크 내고 시위에 나섰다. 다음날 아침 차에는 검은색 비닐이 덮여 있었다. 오고 가는 손님들이 볼까 걱정한 매장 직원들이 차에 걸린 현수막을 모두 가려놓은 것이었다.

또 매장 측은 구청에 전화를 걸어 차량을 견인해 갈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출동한 구청 직원이나 경찰은 매장 앞 주차선에 가지런히 세워져 있는 최씨의 차를 견인할 근거가 없었다. 결국 그냥 돌아갔다. 같은 법인이 운영한다는 부산 매장에도 가서 시위를 했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폴크스바겐코리아 측은 법적수단을 동원했다. 매장 측은 지난 4일 본사 법무팀에 상황을 전달하고 대응을 요구했고, 본사 법무팀은 바로 다음날인 5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두 가지 혐의였다.

최씨가 자신들이 판매한 차량의 기기 오작동으로 생명의 위험을 수차례 겪어야했고, 서비스센터에 입고해도 원인을 찾아내지 못해 환불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고객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처사였다.

이에 대해 폴크스바겐코리아 법무팀 관계자는 “최씨가 계속해서 환불만 요구해 다른 대화의 여지가 없었다”며 “아무리 최씨가 당한 일이 사실이라 해도 사실을 적시하는 것 역시 명예훼손이고 업무방해”라는 원칙적인 답변을 했다.

근데 놀라운 것은 다음 얘기였다. 이 관계자는 “최씨는 한 번도 차량을 센터에 입고해 수리도 받지 않고 무조건 환불을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한 것이다.

두 번이나 차량을 입고했었다는 최씨의 얘기와 달랐다. 최씨에 대한 고소 사건을 수사 중인 마산중부경찰서 관계자 역시 “고소인 측과 피고소인 측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계속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불과 몇 시간 뒤 진실은 드러났다. 최씨가 두 번이나 차량을 입고해 수리를 의뢰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정비내역서3
최씨가 지난해 12월 서비스센터를 찾아 차량점검을 받은 정비내역서. 우측 작업자 등록내용에는 ‘차량 주행시 액셀을 밟아도 차가 안나간다고 하심’이라는 내용이 표시돼 있다. /사진=최모씨 제공
최씨가 경찰에 추가로 제출한 정비내역서에는 “액셀을 밟아도 차가 안나간다고 하심”이라는 입고 사유까지 명확하게 기재돼 있었다.

폴크스바겐 측은 그제야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했다. 고소장에 기재하고 법무팀 직원이 직접 경찰서에 출두해 진술한 내용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차량을 수리해보려다 도저히 안 돼서 시위에 나선 최씨를, 서비스센터에 한 번 입고조차 안하고 무데뽀로 환불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선 몰상식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던 것.

법무팀 의뢰 하루 만에 이뤄진 고소는 이처럼 엉터리였다. 차량을 판매한 매장의 오모 지점장은 친절하게도 고소 당일 ‘금일 오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로 고소될 겁니다. 참고하세요’라는 안내 문자를 보냈다.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자 겁을 먹은 최씨는 오 지점장에게 시위 중인 차를 빼서 입고를 시키겠다고 고소를 취하해 줄 것을 간청했지만, “이미 제 손을 떠났습니다~”라는 답장만 돌아왔다.

가속페달의 이상 증세는 그 이후에도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최씨는 지난해 10월 폴크스바겐 배출가스조작과 관련 단체소송을 신청했다.

최씨는 “차에 정 떨어져서 중고로 팔려니 시세는 배출가스조작 때문에 이미 폭락해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차를 타고 영업을 하러 다녀야 하는데 이렇게 싸우는 것도 귀찮고 시간낭비다보니 미칠 지경이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문제가 있는 차량을 보상을 받든지 제 값에 팔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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