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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시생에게 뚫린 정부청사, 해외 토픽감이다

[사설] 공시생에게 뚫린 정부청사, 해외 토픽감이다

기사승인 2016. 04. 0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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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던 한 대학생이 도심 한 복판 광화문에 있는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해 시험 담당자의 컴퓨터를 얼어 성적을 조작한 황당한 사건이 터졌다.

더 한심한 것은 이런 사실을 5일 동안이나 몰랐다고 한다. 정부청사에 몰래 들어가 컴퓨터에 들어있는 성적을 조작할 정도라면 보안이 얼마나 허술한지 알만하다. 만일 침입자가 공시생이 아닌 테러범이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소름이 끼친다.

경찰에 따르면 7급 응시자인 송모씨(26)가 지난달 26일 밤 9시경 정부 서울청사 15층 인사혁신처 사무실로 들어갔다. 송씨는 시험 담당 공무원의 컴퓨터를 열어 자신의 성적을 높게 조작했다. 송씨는 청사 내 체력단련실에서 공무원 신분증을 훔쳐 이런 짓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 신분증을 이용해 여러 차례 청사를 드나들었다고 한다. 송씨의 말을 들으면 청사 보안을 제대로 하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송씨의 행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다. 청사에 들어가려면 1층 개찰구에 신분증을 대야 한다. 신분증 소지자의 신원과 얼굴이 모니터에 다르게 떴지만 제지를 받지 않았다.

인사혁신처 사무실은 전자 도어록이 설치됐고 문도 잠겨 있었다고 한다.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송씨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컴퓨터를 켜고 비밀번호를 삭제해 점수를 조작했다고 하는데 내부 도움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다른 부처도 아니고 인사혁신처에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은 더 문제다. 침입자가 도주할 우려가 있어 바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하는데 해명이 너무 군색하다. 공시생이 점수만 조작했기에 그나마 다행이지 만일 중요한 정보를 가져갔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정부청사에는 4년 전에도 60대 남성이 사무실에 침입해 투신한 일이 있다. 굳이 경중을 따진다면 이번 일이 더 심각하다. 청사관리에 문제를 일으킨 관계자를 엄벌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에는 인천공항이 여행객에 의해 한 밤중에 뚫리는 일도 있었다. 이때도 바로 알지 못해 비판을 받았다. 근무는 섰지만 방심이 부른 일이었다. 우리나라는 지금 테러위험 속에 살고 있다. 북한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등에 의한 테러에 대비해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말로만 보안강화를 외쳐서는 안 된다. 공시생이 정부청사에 침입해 시험 성적을 고친 것은 해외 토픽감이다. 인사혁신처 장관은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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