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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7일 간의 여행. 역사를 만난다 ‘경복궁’

서울, 7일 간의 여행. 역사를 만난다 ‘경복궁’

기사승인 2016. 05. 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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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도시의 심장부 궁궐…하루 평균 5만여 명 찾아

1392년 조선 왕조가 세워진 뒤 3년이 지난 1395년에 완공된 경복궁. 가운데 우뚝 솟은 건축물이 왕의 즉위식 등이 열렸던 근정전. /사진=송의주 기자songuijoo@


아시아투데이 정기철 기자 = 600년 역사의 고도 서울. 조선 왕조 제일의 법궁(임금이 사는 궁궐)인 경복궁을 비롯해 창덕궁·창경궁·경운궁(덕수궁)·경희궁 5개의 궁궐과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돼 있는 종묘(제왕을 기리는 유교사당)가 있다.

조선시대 수도였던 한양(현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한양도성과 이보다 훨씬 전인 한성백제(BC 18년) 때 쌓았던 풍납토성(서울시 송파구 풍납동)까지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될 경우 서울을 방문한 여행객들은 2000년 역사를 탐험하는 스릴을 맛볼 수도 있다.

서울이 역사 도시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중심에는 경복궁이 있다. 경복궁은 하루 평균 5만여 명이 찾아올 정도로 내국인은 물론 단체·개별 외래 여행객들로부터 한 번은 반드시 가봐야 할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맨 앞)부터 흥례문 근정문 근정전(네번째)이 대칭적이며 일렬로 축을 이루고 있다. /사진=이상희 기자@vvshvv 


고종 임금 때 66만여㎡(20만평)까지 확충  

1392년 조선 왕조가 세워진 후 3년이 지난 1395년에 완공된 경복궁의 이름에는 ‘새 왕조가 큰 복을 누려 번영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관리하고 있는 부지는 43만2000여㎡(13만여 평)로 중국 자금성의 76만여㎡(23만평)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고종 임금 때는 66만여㎡(20만평)까지 확충되기도 했다.

경복궁 북쪽문인 신무문 뒤로 조성됐던 후원((25만여㎡·7만6000여 평)의 넓이까지 포함하면 그 위세가 대단했던 것 같다. 후원에 일본이 한국을 강제로 점령했을 때 총독부를 세웠지만 한국 독립 후 철거되고 현재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가 들어서는 등 슬픈 역사도 함께 간직하고 있다.

경복궁은 정문인 광화문으로부터 북문인 신무문까지 중심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흥례문, 근정문, 근정전, 사정전, 강녕전 교태전 등이 대칭적이며 일렬로 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중심부를 제외한 건축물들은 비대칭적으로 지어져 변화와 통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광화문 우측에 상상속의 동물인 해태가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중국 고대 주나라 예법인 주례 따라 건축
이처럼 정문으로부터 정치공간(근정전·사정전)을 두고 침전(강녕전·교태전) 그리고 왕비의 후원(아미산)과 같은 배치는 중국 자금성도 다르지 않다. 여기엔 1395년에 완공된 경복궁보다 늦은 1405년에 시작해 1420년에 공사가 끝난 자금성이 모두 중국 고대 주나라 예법인 주례를 따랐기 때문이다.

경복궁 바깥을 두른 담장은 총 2404m에 달하고 평균 높이 5m, 두께 2m 정도다. 담장의 사방에는 근정전을 중심으로 남쪽의 광화문, 북쪽 신무문과 함께 동쪽의 건춘문, 서쪽 영추문 4대문이 있다. 4대문은 각각 여름-겨울-봄-가을과 불-물-나무-쇠를 상징하는 것으로 전통적인 오행설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광화문 좌우 가까이에 앉아 있는 해태상이 여행객들의 눈길을 끈다. 상상속의 동물인 해태는 옳지 않은 일을 한 사람에게 달려들어 뿔로 받아 버린다는 영물로 알려져 있다.


 

근정전 조정(마당)에서 여행객들이 한국의 전통 의상인 한복을 입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상희 기자@vvshvv 

과학의 원리를 도입 한 ‘근정전 조정(마당)’
광화문을 뒤로 하고 흥례문과 영제교, 근정문을 지나면 궐 안에서 가장 장엄한 중심 건물로 왕권을 상징하는 근정전을 만나게 된다. 왕의 즉위식 등이 열렸던 근정전은 바깥에서 보면 2층 건물로 보이지만 안에서 보면 층 구분이 없는 통층이다.

근정전의 마당인 조정에는 중앙으로 왕만 다닐 수 있는 어도(御道)를 기준으로 신하들이 직급별로 도열하기 위한 품계석이 있다. 근정전 기둥과 조정의 박석에는 천막을 치는데 사용됐던 동그란 쇠고리가 박혀 있으며 조정에 깔려 있는 화강암은 눈부심 방지를 위해 일부러 거칠게 다듬었다.

특히 비오는 날 경복궁을 찾았다면 조정에 박혀 있는 화강암들의 높이가 근정전에서 근정문으로 갈수록 낮게 돼 있는 까닭에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관찰할 수도 있도록 중력이라는 과학의 원리를 도입하기도 했다.

매일 새벽 3~5시 사이에 ‘상참(常參)’이라는 어전회의가 열렸던 사정전(왕의 집무실·편전)이 있으며 좌우에는 온돌방을 갖춘 만춘전과 천추전 보조 편전이 자리 잡고 있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상궁이 음식을 하던 곳으로 나온 소주방.


    

드라마 대장금에서 상궁이 음식 하던 곳 ‘소주방’.
조금 더 지나가다 보면 왕의 침전으로 사용했던 강녕전과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이 있다. 강녕전은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덕을 좋아해 즐겨 행하는 일)·고종명(考終命.명대로 살다가 편안히 죽는 것)의 오복에서 강녕의 의미를 담아 이름 붙여졌다. 정(井)자 모양으로 9개의 방을 구성해 한 가운데 방은 왕이 사용하고 주위의 방에서는 상궁이 숙직했다.


 

교태전 뒤 왕비가 산책했던 후원 '아미산'이 갓 피어난 봄 꽃들로 이뤄져 있다.


교태전 뒤에는 왕비가 산책했던 아미산이라는 후원이 있다. 계단식 화단과 땅 밑으로 연기 길을 내 후원으로 뽑아낸 굴뚝(보물 제811호)의 아름다움은 한국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태전으로 들어가는 양의문은 여섯 짝으로 가볍게 만들었던 것에 비해 강녕전의 향오문은 두 짝으로 둔중하게 만들었던 것도 눈여겨 볼만 하다.

교태전 동쪽과 자경전 남쪽 공간에 들어서 있는 소주방은 궁궐 내 음식물을 보관·조리·제공하는 식생활 공간으로, 수라상을 비롯해 왕실 잔칫상 등을 만드는 궁중 요리원이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상궁들이 음식을 하던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가을에 찾은 자경전 꽃담이 햇빛에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조선시대 가장 뛰어난 자경전 ‘십장생 굴뚝’
강녕전과 교태전의 뒤쪽(북쪽)에 자리 잡고 있는 자경전은 고종(조선의 26대 왕)의 아버지인 흥선 대원군이 현종(24대)의 어머니인 신정왕후 조 씨에게 선물한 침전이다. 서쪽 담에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문양들과 갖가지 꽃나무들을 새겨 넣어 최고의 감상용 꽃담으로 평가받고 있다.

뒤편 담장에 신정왕후 조 씨의 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 굴뚝은 조형미가 빼어나 조선시대 궁궐 굴뚝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쪽 신무문관 가까운 곳에는 1895년 일본공사관 직원, 일본군, 일본깡패들의 공격을 피해 숨었던 명성황후가 죽임을 당했던 건천궁이 있으며 대한제국 시설 고종의 서재이자 외국 사신 접견 장소로 쓰였던 집옥재가 있다.

고종의 서재로 쓰였던 집옥재는 정자 건물인 팔우정(왼쪽)과 온돌방이 있었던 협길당(오른쪽)으로 구성돼 있다.

역사 속 공간 직접 체험 작은 도서관 ‘집옥재’
고종의 서재로 사용됐던 집옥재는 팔각누각으로 지어진 팔우정과 온돌방을 두고 휴식을 취했던 협길당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는 조선시대 관련 책 1,000여 권과 왕실자료의 영인본 350여 권뿐만 아니라 외국인을 위한 우리 문학책의 번역본(영어·중국어·일본어) 230여 권을 비치해 역사 속 공간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작은 도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자 건물인 팔우정은 궁중다과와 외국에서 인기 있는 우리 문학책의 번역본을 판매해 외국인들에게 경복궁의 아름다움과 함께 휴식 및 문화 체험을 제공한다.

경회루는 왕이 신하들과 연회를 주재하거나 외국 사진을 접대하던 곳으로 야간개장 때 조명에 의한 아름다움으로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경회루에 오르면 여행객들의 눈높이에 맞게 펼쳐지는 인왕산과 궁궐의 장엄한 경관은 자연미를 표현하는 한국 건축의 특징을 잘 볼 수 있다.


 

왕이 신하들과 연회를 주재하거나 외국 사신을 접대하던 경회루. 야간 조명으로 물에 비친 모습이 경이롭다.


야간 개장 때 찾으면 더 아름다운 ‘경회루’
경복궁 내에는 정문인 광화문과 가까운 곳에 국립고궁박물관이 있으며 동쪽의 건춘문 부근엔 국립민속박물관이 함께 들어서 있어 여행객들의 시간과 경비에 대한 부담을 덜어 주기도 한다. 또 창덕궁·창경궁·덕수궁·경희궁이 경복궁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도 여행객들에겐 축복이다.

경복궁은 1년에 4회 정도 야간개장을 하며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엔 근정전과 경회루, 수정전, 사정전, 교태전, 강녕전으로 관람이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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