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박승복 샘표 회장 노환으로 별세…향년 95세

박승복 샘표 회장 노환으로 별세…향년 95세

기사승인 2016. 09. 24. 13:09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사진1)샘표 주식회사 박승복 회장_f
샘표의 박승복 회장이 2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5세.

박승복 회장은 샘표식품 창업주인 선친 박규회 회장의 장남으로, 1922년 함경남도 함주에서 태어나 재무부 기획관리실장, 국무총리 정무비서관, 초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을 지냈으며 1976년 선친의 뒤를 이어 샘표식품 사장으로 취임했다.

특히 ‘내 식구들이 먹지 못하는 음식은 만들지도 말라’는 선친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식품업 본연의 가치인 ‘품질’에 최우선을 뒀다는 안팎의 평가다.

세계 최고 품질의 간장을 만들겠다는 바람으로 1987년 당시 단일 품목 설비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간장 공장을 짓는 등 샘표가 오늘날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장수기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박 회장은 원리원칙의 경영자답게 위기상황에서도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1985년 한 방송국에서 불법으로 간장을 만들어 파는 현장을 방영했는데, 소비자들이 샘표가 제품을 그렇게 만드는 것으로 오해하는 상황이 생겼다. 당시 박승복 회장은 TV광고에 직접 출연해 “샘표는 안전합니다. 마음 놓고 드십시오. 주부님들의 공장 견학을 환영합니다”라고 밝히며 소비자 오해를 불식시켰다.

공직생활을 끝내고 55세의 늦은 나이에 가업을 이어 받아 샘표를 맡게 된 박회장은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매일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고, 매 분기마다 전 직원 앞에서 회사 경영현황을 설명하며 직원들과 신뢰를 쌓아갔다. 노조 설립을 먼저 권유한 것도 박승복 회장이다.

이렇게 쌓은 신뢰가 바탕이 돼 샘표는 지금까지 단 한차례의 노사분규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박 회장은 경조사를 직접 챙기고 아픈 직원을 직접 병문안 하는 등 직원에 대한 사랑도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근검절약을 몸소 실천해 달력 뒷면과 이면지를 활용해 메모지로 이용하고, 자신이 타던 10년된 자동차를 장남인 박진선 사장에게 물려줘 40만㎞를 타고서야 바꿨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박 회장은 매일 하루 세 번 식후에 식초를 마시는 특별한 식초 건강법을 실천해 왔으며 흑초음료 ‘백년동안’을 개발하는 등 마시는 식초 시장을 개척했다.

사회활동도 활발하게 펼쳐왔다. 박 회장은 19년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투명경영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 시장 발전에 크게 공헌했으며, 10여년간 한국식품공업협회 회장으로 재직하며 우리나라 식품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이 외에도 박 회장은 중소기업을 벗어난 중견기업들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한국중견기업연합회를 설립하고,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을 23년간 역임하며 올바른 노사관계 정립과 기업윤리의 확립에 앞장섰으며,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부회장, 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시지사 회장, 국총회(국무총리실 동우회) 회장으로 일하며 나눔의 경영을 실천해 왔다.

박승복 회장은 이와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금탑산업훈장, 국민훈장 목련장,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상, 한국의 경영자상, 국민훈장 모란장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아들인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등 2남 3녀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27일 오전 7시.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