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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온 런치박스]인도, 악마 라바나를 태워라! 권선징악을 보여주는 축제 ‘두세라’

[인도에서 온 런치박스]인도, 악마 라바나를 태워라! 권선징악을 보여주는 축제 ‘두세라’

기사승인 2016. 10. 1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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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삼대 축제 중 하나인 두세라 인도 전역에서 열려...
안전사고 없이 마무리 돼...한층 성숙한 시민의식 보여
두세라
두세라축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행사로 라마나 인형을 태우는 의식이 거행된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악마 라바나 인형을 태우는 인도의 3대 축제 ‘두세라’가 11일 인도 전역에서 열렸다.

두세라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날 수도 뉴델리 중심가에 위치한 람릴라 메단(Ram Leela Maidan)으로 향했다. 32도가 넘는 뜨거운 햇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람릴라 메단으로 가는 길 도중 얼굴이 10개인 거대한 인형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라바나’라고 불리는 악마 인형이다.
두세라의 라바나 악마 인형
두세라축제 중 20m크기의 라바나 인형이 세워져있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두세라’라고 불리는 이 축제는 인도의 3대 축제인 홀리(Holi)·디왈리(Diwali)·두세라(Dussehra)중 하나로, 인도의 대서사시 ‘라마야나’에서 유래했다. 고대왕국의 라마(Rama)왕의 부인 시따(Sita)가 스리랑카의 악마 왕 라바나(Ravana)에게 납치를 당해 구하기 위해 떠나는 내용으로, 라마왕과 라바나는 10일간의 전투에서 마지막 10일에 라마왕이 라바나를 죽이고 부인의 구출에 성공한다. 두세라는 라마왕이 라바나의 싸움에서 승전할 것을 기념하는 축제로 힌두력 일곱 번째 달인 아슈비나 10일인 매년 9월과 10월 사이에 열린다.

람릴라 메단에 도착하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악마인형이었다. 족히 20m는 넘어 보이는 거대한 인형 3개가 광장에 서 있었다. 행사장에는 안전팬스가 설치되어 있었고 안전요원과 경찰들이 배치되어 사람들이 앞으로 몰리는 것을 막고 있었다.
두세라 경찰
두세라 행사장에 안전을 위해 행사요원과 경찰들이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델리에서 4년 째 경찰직을 수행 중이라는 아미트 굽타(Amit Gupta·26)은 기자에게 뒤로 갈 것을 부탁했다. 그는 “작년에 두세라 축제도 중 압사사고가 있었다. 30여 명이 목숨을 잃은 큰 사고였다”며 “이번 축제에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되기 때문에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다”고 시민들의 안전을 걱정했다.

저녁 6시가 넘어가자 악마 인형 대신 뒤에 설치되어 있던 무대에서 인형극이 시작됐다. 행사가 열리는 장소와 이름이 같은 ‘람릴라’라고 불리는 이 연극은 라마왕과 라바나의 전투 장면을 묘사한 연극으로 세계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악마와 신들의 전쟁을 묘사한 연극이다보니 힌디를 못 알아듣는 외국인들도 이해하기 쉬운 연극이다. 라마왕과 라바나가 하늘로 화살을 쏠 때마다 사람들은 크게 환호했다. 화살을 줍기 위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두세라
두세라축제 중 ‘람릴라’ 공연이 열리고 있다. 라마왕이 화살을 쏘우고 있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공연이 이어지는 동안 화살이 기자에게도 날아왔다. 시민들은 외국인을 신경쓰지 않고 화살을 가져가기 위해 기자에게 몰려들었다. 순간 두려움을 느끼고 화살을 다시 무대로 던져버렸다. 사람들은 아쉬워했다. 왜 화살을 가지고 가려고 하는지에 대해 한 시민에게 물어봤다. 인근 차와리 바자르(Chawri Bazar)에서 왔다는 그는 “사실 별 다른 뜻은 없고 축제에 참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들고 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름을 물어보기 전 그는 다른 화살을 주우러 뛰어갔다.

공연이 1시간 가량 이어지면서 무대는 악마 인형이 설치되어 있는 광장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이번 축제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 찾아왔다. 라마왕이 횃불을 20m가 넘는 거대한 악마 인형에게 던졌고 악마 인형은 천지를 울리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악마인형이 불타오르자 사람들은 환호했다. 모든 사람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바라트 마따 끼! 자야!(Bhart mata ki! jaya!=인도의 영광)’를 외쳤다.
두세라
람릴라에 출연하는 인도 대서시사 라마야나의 출연진 모습이다. 왼쪽에서 두번째는 하누만신 네 번째는 라마왕 다섯번째는 라마왕의 동생 락슈만이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공연이 끝난 후 행사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한 가족을 만났다. 디팍(Deepak·42)씨는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2살이 된 딸을 안아 올리며 “내 딸에게 권선징악을 보여주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두세라는 인도인들에게 단순한 축제가 아니다. 선이 악을 벌하는 중요한 의식이다”라며 두세라의 중요성을 전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행사에는 사건사고가 없어서 정말 좋았다. 작년에는 사망사고가 난 곳도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오는 것을 망설였는데 오길 잘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는 오후 4시에 시작해 오후 8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인도 전역에서 이뤄진 행사로 하늘에는 불꽃으로 가득했다.
두세라
두세라축제중 라바나 인형이 불타오르고 있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힌두스탄 타임스(HT)는 12일 ‘두세라’행사가 안전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이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날 행사 중 화살을 주우려는 일부 시민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민들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관람했다. 인파가 앞으로 몰려드는 일도 없었고 행사장을 나갈 때도 질서를 지켜나가는 장면을 보여주며 변화하고 있는 인도사회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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