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말레이시아 링깃화 약세로 외국인 노동자 ‘엑소더스’ 우려

말레이시아 링깃화 약세로 외국인 노동자 ‘엑소더스’ 우려

기사승인 2016. 12. 05. 14:2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2469854643_44443405a1_b
사진출처=/플리커
말레이시아 통화인 링깃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말레이시아 내 외국인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의 금전적 가치도 하락해 이들의 ‘엑소더스’가 우려되고 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ST)는 4일 말레이시아에서 근무하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임금 하락으로 말레이시아를 떠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이주 노동자로 일한지 6년째인 방글라데시인 나임 아흐메드는 요즘 고향인 방글라데시로 돌아가거나 말레이시아가 아닌 또 다른 나라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최근 링깃화 가치가 크게 하락한데다 앞으로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처음 말레이시아에 왔을 때, 1링깃에 27타카(방글라데시 화폐 단위·약 400원)였다. 그러나 이제는 운이 좋아야 17타카(약 250원)를 받는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6년간 자신의 임금이 약 37% 줄어들어 매달 다카(방글라데시 수도)에 있는 직업소개소에 진 빚과 본국의 아내와 어머니에게 보낼 돈을 맞춰내기도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아시아 화폐들은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 링깃은 중앙은행이 자본 통제를 가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통화 중 하나다. 링깃화는 지난 1달간 달러 대비 가치가 5.4%이상 하락했다. 이는 일본 엔화에 이어 두번째로 큰 하락폭이다.

링깃화는 이번 주 싱가포르 달러 대비 3.12 링깃을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나 방글라데시 타카에 대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문제는 말레이시아 경제가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인고용주연합(MEF)의 샴수딘 바르단 이사는 “대기업들은 급여를 조정하거나 근로자들이 고향에 송금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소기업 근로자들은 높은 비용 탓에 근로비자를 갱신하지 않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MEF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전체 노동자 약 1540만명 중 외국인 노동자는 210만명이다. 그러나 불법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가 약 2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말레이시아 내 외국인 노동자의 수는 정부가 제한하고 있는 사업장 당 외국인 노동자 비율 15%를 훌쩍 넘어섰다.

외환 시장에서 링깃화의 약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인 네가라 은행(BNM)은 지난달 외국 은행들에 역외 차액거래 선물환(NDF) 시장에서의 링깃화 거래를 중단을 요구했으며, 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더욱 코너에 몰리고 있다고 외환딜러들은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국채 발행 물량의 약 36% 가량을 소유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당국의 개입을 ‘위험 신호’로 간주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에 대한 투자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초 3.621%에서 지난달 30일에는 4.467%까지 올라갔다. 국채의 금리가 상승했다는 것은 가격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인 노동자 엑소더스에 따른 노동력 부족 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가 미얀마의 로힝야족이나 시리아 난민 약 16만 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난민 수용 제안이 말레이시아의 노동력 부족 현상을 해결해주기 보다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컨설팅펌 센테니얼 아시아의 마누 바스카란 최고경영자(CEO)는 “저임금·저숙련 노동자의 대량 유입은 적은 임금을 받고 있는 말레이시아인 노동자들의 임금에도 나쁜 영향을 줘 심각한 사회·경제학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