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에 모인 安-文-孫, 개헌 시각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보수와 진보, 함께 개혁을 찾는다’토론회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야권 대선주자들이 22일 한 자리에 모여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조기대선이 유력해지면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는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며 개헌을 둘러싼 시각차를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보수와 진보 함께 개혁을 찾는다’라는 토론회에서 조우했다. 문 전 대표는 개헌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개헌을 명분삼아 정계복귀한 손 전 대표는 “호헌은 기득권 세력”이라고 규정할 만큼 개헌에 적극적이다. 안 전 개헌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대선 전 개헌은 불가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안 전 대표가 몸 담은 국민의당은 당초 다음 주쯤 개헌 당론 채택 여부를 논의하려다가 23일 의총에서 결론을 내기로 했다.

손 전 대표는 문 전 대표를 겨냥해 “기득권 세력·특권세력·패권세력을 지키자는 게 호헌”이라며 “개헌 반대론자들은 개헌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시기가 안 좋다’ ‘대선부터 하자’고 한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시간은 충분하며 의지와 결단의 문제”라며 정치권의 개헌 논의를 촉구했다.

손 전 대표는 “인수위 없이 대통령이 될 경우를 생각해 섀도 캐비닛을 준비한다고 하는데 자칫 대선이 끝나면 공수표가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현 상황에서 섀도캐비닛이 제대로 내놓을지 의문”이라며 재차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개헌에 대한 언급은 삼간 채 “가짜보수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만 했다. 그는 “지금까지 새누리당 집권세력을 비롯한 삼류 기득권세력은 진정한 보수 가치를 무너뜨린 가짜 보수였다. 안보장사와 색깔론, 종북 프레임으로 보수 자리를 차지하면서 기득권을 지켜왔을 뿐”이라며 “기존의 진보·보수 프레임을 넘어설 수 있는 협력의 지평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개헌에 대한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 제3지대, 이합집산 이런 얘기는 전부 정치적 계산 속에서 이뤄지는 일들”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안 전 대표는 “개헌은 해야 하지만 대선 전 개헌은 반대한다”면서 “지금은 구체제 청산을 위한 개혁에 집중하고, 개헌은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 2018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 실행 가능한 합리적 방안”이라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를 향해 “2012년 대선 후보를 양보했다”며 지난 대선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했던 일화를 꺼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