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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볜 축구 영웅 박태하 감독 운명도 기로에

옌볜 축구 영웅 박태하 감독 운명도 기로에

기사승인 2017. 06. 03.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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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리그 강등권인 슈퍼리그 최하위 부진
지난 3년 동안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의 옌볜(延邊) 푸더(富德)를 지휘해온 박태하 감독은 조선족 사회에서는 거의 영웅이라고 해도 좋다. 2015년 2부리그인 갑(甲)리그 중위권 팀을 1부로 승격시킨 것에서도 모자라 이듬해에는 슈퍼리그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게 했으니 이렇게 단언해도 크게 무리는 없다. 더구나 그는 연봉에도 연연해 하지 않으면서 동포 팀을 키운다는 사명감과 열성으로 선수들을 지도, 훈훈한 감동까지 안겨주고 있다. 실력과 인성 모두에서 축구 영웅으로 부족함이 없다고 해야 한다.

박태하
중국 조선족 동포 사회의 영웅인 박태하 옌볜 푸더 감독. 그러나 최근 팀의 성적 부진으로 진퇴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제공=중국슈퍼리그
하지만 이런 그도 지금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다. 슈퍼리그 진입 2년째를 맞고 있는 팀이 극도의 부진을 보이면서 리그 최하위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상황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그에 대한 존경과 신뢰도 신기루처럼 사라질지 모른다고 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현실인 것이다. 이 경우 해임되거나 스스로 사퇴하는 길 외의 다른 길은 없다고 해야 한다.

중국 프로축구 정보에 정통한 베이징 소식통의 3일 전언에 따르면 올해 리그 초창기만 해도 옌볜 푸더는 다시 한번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예상은 처음부터 빗나갔다. 지난해 리그 때만 해도 별로 어렵지 않았던 승리를 단 한번이라도 거두는 게 너무 힘들었던 것. 급기야 12라운드가 끝난 3일 오후까지의 성적은 1승4무7패에 그치고 말았다. 리그 최하위라는 결과는 너무나 당연하지 않았나 싶다.

이처럼 팀이 갑작스레 부진한 것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우선 구단의 열악한 투자를 꼽을 수 있다. 가장 적은 연봉으로 운영하는 팀의 한계가 리그 2년차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극복될 수 없는 걸림돌로 작용한 것. 여기에 리그 다른 팀들과는 달리 엄청난 연봉으로 영입해야 하는 특급 외국인 용병의 부재도 결정타로 작용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핵심 선수였던 한국 출신의 하태균이 갑리그의 바오딩(保定) 룽다(隆達)로 이적한 것 역시 팀의 전력 누수에 한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분위기로 보면 옌볜 푸더의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하반기부터는 팀의 핵심 전력인 한국 출신의 윤빛가람이 입대를 위해 귀국을 해야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의 상황이 도래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2년 만에 다시 갑리그로 원위치하는 악몽이 이제 현실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박태하 감독 입장에서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슈퍼리그는 한국인 감독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한때는 5명까지 활약했으나 이제 달랑 박태하 감독과 충칭(重慶) 당다이리판(當代力帆)의 장외룡 감독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만약 이 상황에서 박 감독마저 영웅에서 졸지에 졸장(卒將)으로 낙인이 찍힌다면 슈퍼리그는 진짜 한국인 감독의 유토피아에서 무덤으로 변하지 않을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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