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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계좌 개설은 ‘비대면’… 거래는 ‘오프라인’

증권가, 계좌 개설은 ‘비대면’… 거래는 ‘오프라인’

기사승인 2017. 09. 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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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의 비대면 계좌개설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규제에 막혀 ‘빛 좋은 개살구’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투자 위험을 이유로 계좌 개설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무는 비대면 거래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대면 실명확인이 허용된지 1년만인 지난 3월말 기준, 증권사의 비대면 계좌 누적개설 수는 75만2839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말 58만건에서 3개월여 만에 17만건이 늘어난 수치다. 개인 고객들의 호응도 좋다. 거리에서 쉽게 영업점을 찾아볼 수 있는 은행과 달리, 점포 수가 적어 방문이 여의치 않았던 고객이 간편하게 계좌를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당국이 비대면 실명확인을 허용한 이후 증권사들도 저마다 비대면 계좌개설 고객 유치에 혈안이다. 거래 수수료 면제는 기본이고, 증권사가 고객 계좌로 소액을 이체해 본인 확인을 하는 ‘역이체’ 방식을 제공하는 등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NH투자증권은 내달 말까지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개설한 신규 고객에게는 국내 주식거래 수수료를 평생 받지 않는다며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제로 시대’를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대면 계좌를 개설했다 해서 영업점 직원과 대면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거래는 거의 없다. 일례로 투자일임상품의 비대면 가입은 아예 불가능하다. 금융투자업상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제외한 투자일임은 반드시 대면으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특정금전신탁 가입에는 투자자의 자필 서명이 필수여서, 일대일 맞춤형 자산운용이라 할 수 있는 신탁형 상품 가입도 불가능하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계좌 개설의 간편함이 실제 거래에서도 이어지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계좌 개설 증가가 운용 자금 증가로 이어지지 않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인공지능(AI)이 자산을 관리하는 로보어드바이저의 경우, 금융회사와 함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업체들의 피해가 막심하다.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에 가입하려면 반드시 금융회사의 오프라인 영업점을 방문해야 한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안정성이 부족하고, 불완전판매가 늘 수 있다는 이유로 당국이 비대면 판매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의 운용 수수료는 1.5~2% 수준으로, 비대면 일임투자가 허용돼 수수료가 0.2~0.5% 수준인 미국에 비해 높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통과 이후 입증 기간을 거쳐 비대면 일임이 허용될 거라 기대하고 수천만원의 자금을 쏟은 업체들은 “속았다”는 격양된 반응까지 나온다. 오프라인 영업점 없이 로보어드바이저의 수익창출에 의존하고 있는 소규모 핀테크 업체들 중 일부는 일본·미국·동남아 등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비대면 일임 허용과 관련된 태스크포스(TF) 팀을 만들고 증권사의 요구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다만 과거 동양사태와 같이,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부실 기업어음(CP)에 자금이 투입돼 투자자가 피해를 본 사례가 있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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