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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CEO열전]이경섭 농협은행장, ‘파더십’으로 무장한 외유내강CEO

[금융CEO열전]이경섭 농협은행장, ‘파더십’으로 무장한 외유내강CEO

기사승인 2017. 09. 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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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직원들 덕분입니다. 나는 옆에서 ‘잘할 수 있다, 하면 된다’라고 얘기만 해줬지, 현장에서 발로 뛰며 영업한 직원들 고생이 컸습니다.”

1년 만에 적자에서 순이익으로 돌아선 NH농협은행의 실적 비결에 대한 이경섭 행장의 대답이다.

2016년 1월 취임한 이 행장은 당시만해도 농협은행이 ‘가장 어려울 때’ 취임한 ‘운 없는 최고경영자(CEO)’였다. 농협만의 ‘적당주의’에 물든 조직문화가 만연했고,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으로 당장 적자가 코앞에 있던 때였다. 이 행장은 취임 당시 “농협은행은 일류 은행으로 비상하느냐, 삼류 은행으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다”며 “출범 이후 단 한번도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통감했다.

이후 1년 8개월이 지났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3300억원 적자에서 올 상반기 3600억원 순이익을 기록, 전년대비 70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냈다. 출범 이래 최대 실적이었다. 이미 당기순이익 목표치를 넘으며 출범 이후 처음으로 경영목표를 달성했다.

내부에서 이 행장은 담임선생님 같은 존재다. 농협은행의 뿌리깊은 문제들을 정확히 짚고, 문제 해결을 위해 직원들을 격려하며 사기를 끌어올렸다. 지난해 직원들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월급반납을 요청했을 때에도 이 행장은 “어떤 행장이 본인이 있는 시절에 월급 반납을 원하겠냐”며 “최선을 다하자”고 격려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은 마치 ‘가장(家長)’처럼 직원들을 이끌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특유의 친근감으로 무장한 ‘외유내강형’CEO이자, 파더십(fathership)으로 농협은행을 이끈 ‘가장’으로 통한다.

특히 이 행장은 평소 직원들의 별명을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직원들과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직원들이 올린 사진에 ‘좋아요’도 누르면서 댓글도 남긴다. 이 행장의 ‘팔로어’는 1700여명. 이 행장의 생일에는 직원들이 직접 “행장님, 생일 축하드려요~”라는 게시글도 남겼다. 평소 직원과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는 이 행장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위기에서만큼은 단호하다. 이 행장은 지난 7월부터 1200여명에 달하는 전국 사무소장들을 대상으로 화상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화상 회의를 통해 최근 농협은행의 현안을 직접 설명하고, 경영 방침을 설명하는 ‘공감 간담회’를 만들어 위기 의식을 함께 느끼도록 했다.

올 하반기부터는 기업 여신을 잘하는 직원에 승진 혜택과 수당을 주는 인센티브 제도도 도입했다. 전 직원을 기업여신 전문가로 만들어 국내 4대 금융그룹으로도약하겠다는 방침이다. 올 연말까지 5000억원 이상, 2020년에는 1조원의 순이익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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