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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처 임금직불제 확대 논의에 건설업계 ‘우려’

발주처 임금직불제 확대 논의에 건설업계 ‘우려’

기사승인 2017. 10. 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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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과 임금체불 방지 차원에서 도입 논의
건설업계 "건설업 특성 무시한 탁상공론"
답변하는 김현미 장관<YONHAP NO-2442>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주처 임금 직불제 확대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건설현장의 임금체불 근절과 좋은 일자리를 위해 임금 직불을 전면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제공=연합뉴스
발주처 임금 직불제 확대 논의에 건설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발주처 임금 직불제는 원도급사와 하도급사를 거치지 않고 발주처가 직접 건설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직불을 통한 임금 체불 방지로 내국인 근로자의 고용을 촉진하겠다는 취지지만, 건설업 특성상 실행이 쉽지도 않고 체불 방지 효과도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3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정감사 자리에서 건설현장의 임금체불 근절과 좋은 일자리를 위해 발주처의 임금직불을 전면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예산에 반영된 노무비 비중은 35~40%에 이르나 건설기성액 232조원 중 인건비는 42조5000억원으로 18.3%에 불과했다. 실제 집행된 비용이 예산보다 적은 것이다. 집행 인건비가 적은 이유 중 하나는 국내 근로자 인건비의 절반 수준인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과도 관련이 깊다.

철도시설공단이 정동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포항~삼척 제7공구, 보성~임성리 제1공구 등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5개 철도건설 현장에서 최근 3개월간 투입된 노동자 총 4만5100명 중 외국인 근로자는 19%(8794명)나 된다.

건설예산 집행으로 내수효과를 살리려는 정부로서는 임금체불 근절과 동시에 내국인 근로자의 채용을 늘릴 방법이 고민될 수밖에 없다. 발주처 임금 직불제는 이런 배경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대한건설협회 등 주요 건설단체들은 임금 직불제가 효과도 없을 뿐더러 하도급체계와 맞지 않는 방식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임금 지급에 관여할 수 없는 시공사가 어떻게 건설근로자에게 효율적인 작업 지시를 하겠느냐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임금 직불제는 도급계약 체계에 적합하지 않다”며 “발주처가 임금수준도 결정하고 직접 지급할거면 근로자 고용에 대한 책임도 발주처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제조업과 달리 개별 근로자가 수행한 내역을 정확한 임금으로 산출하기 쉽지 않은 건설업 특성도 제도 시행을 어렵게 만든다. 예를 들어 대규모 생산라인을 지닌 자동차 공장의 근로자는 생산량이 정량화돼 임금의 정확한 산출이 가능하지만 건설근로자는 콘크리트 작업을 했다가 철근를 잘랐다 유리창을 끼우는 등 노임단가 산출 기준이 다른 여러가지 공종을 함께 해 근로활동에 따른 정확한 임금 산출이 어렵다.

건설업체 현장 담당자는 “개별 건설근로자가 작업한 활동을 정확히 측정해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없다”며 “도급체계는 제조업과 다른 건설업 특성에 적합하기에 계속 쓰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도의 취지인 국내 근로자 고용 확대와 임금체불 방지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확인 시스템’ 등 임금 지불 시스템은 이미 잘 갖춰져 있어 실제 현장에선 임금·하도급대금 체불보다 건설기계대여금 체불이 더 큰 문젯거리다. 또 외국인 근로자 고용은 단순 인건비 절감만의 문제가 아니라 3D직업 기피현상으로 인한 국내 인력의 부족에 기인한 면도 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직접 지급한다고 해서 차명 수령 같은 기존의 법 위반 체불사태까지 해결되진 않는다”며 “내국인 숙력공의 수급이 쉽다면 굳이 외국인 근로자를 찾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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