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회추위, 금융당국 중단 권고에도 일정 강행…커지는 ‘관치’ 논란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에 제동을 걸면서 ‘관치(官治)’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선임에 개입하려는 모습이어서 자율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금융당국의 권고에도 예정됐던 후보자 면접을 강행했다. 같은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은 간섭받아선 안 된다는 우월의식에 젖어있다면 생각을 고쳐야 한다”고 말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회추위는 이날 오전 예정된 회장 후보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나금융은 앞서 차기 회장 후보군을 27명에서 16명으로 압축하고 15~16일 후보자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최근 금융당국은 하나금융 회추위에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잠정적으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금융권은 금융당국이 김정태 회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시그널을 보내면서 관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라이선스 산업인 은행업은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인물을 겨냥해 후보 선임 과정을 늦추라고 한 것은 김 회장의 연임을 사실상 막겠다는 의도란 얘기다.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사를 과도하게 옥죄고 있다는 지적인데 이는 금융당국이 금융업을 민간 회사가 아닌 공적 기관으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최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금융은 특별하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일은 언제나 옳고, 어떠한 경우도 간섭받아선 안 된다’는 잘못된 우월의식에 젖어 있는 분이 있다면, 빨리 생각을 고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공공성을 띠고 있어 어느 정도의 개입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을 보여주는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대놓고 특정 인물의 연임은 안 된다고 하는 것 같다”며 “관치의 전형적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회추위 관계자는 “(최종 후보 선정 관련) 일정이 정해진 건 아니다”며 “인터뷰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 회추위는 최근 금감원 관계자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금감원 측은 하나금융·하나은행에 대한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현재 금감원은 하나금융과 하나은행의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과 채용비리 의혹 등에 대한 검사를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하나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2015년보다 약 1개월 빠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당시 김 회장은 2월 23일 후보로 확정됐는데, 차기 회장 선임을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데 금융위와 금감원이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하나금융이 인터뷰를 강행하면 더 강력한 수위로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