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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돋보기]KT&G 사장 연임 반대 나선 기업은행 속내는

[이슈돋보기]KT&G 사장 연임 반대 나선 기업은행 속내는

기사승인 2018. 02.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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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의 2대 주주인 IBK기업은행이 사장 선임에 제동을 걸었다. 이달 초 사장 후보로 선정된 백복인 KT&G 현 사장의 연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셀프연임’ 논란이 불거진 회장 선출 과정의 불공정성과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이유다. 여기에 기업은행이 KT&G 이사회에 2명의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하면서 양측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지분을 단순 투자목적으로 보유해 배당이익 등을 얻었던 기업은행이 왜 경영 참여로 목적을 바꿔 사장 선임을 반대했는지, KT&G는 기업은행의 유감 표시에도 왜 절차를 속전속결로 진행했는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음달 중순 KT&G의 사장 선임이 마무리되는 주주총회가 열릴 때까지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주주간 표 대결으로 판가름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업은행의 KT&G 경영 참여 명분은
기업은행은 KT&G의 지분 6.93%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경영에 참여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그동안 KT&G 사장 선임 등 경영 문제에 참여하지 않았다. ‘단순 투자’가 지분 보유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KT&G 주식을 지난해까지 전량 매각하려는 계획도 추진했었다.

하지만 돌연 지난해 9월 장기적으로 KT&G 주식을 보유하면서 배당수입 등을 유지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보고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 지분 보유 목적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기업은행은 배당이익을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위해선 KT&G가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경영 참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맥락에서 사장 선임 절차에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은행의 우려 ‘CEO 리스크’ ‘셀프 연임’
기업은행이 백 사장 선임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바로 CEO 리스크와 셀프 연임이다.

백 사장은 KT&G의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인수 과정에서 제기된 분식회계 등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아직 이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상황에서 백 사장이 연임하게 된다면 향후 사장 공백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업은행은 우려한다.

기업은행이 지적하는 또 하나는 셀프 연임이다. 사장 공모 절차가 4일 만에 끝나는 등 빠르게 진행된데다 지원 자격 역시 내부 인사에 한정하는 등 오로지 백 사장의 연임을 위한 절차였다는 게 기업은행 의견이다. 실제로 이번 공모에선 지원서 접수 기간이 이틀에 불과했는데, 통상 일주일 정도 지원서 접수를 받았던 것보다 짧다. 사장 공모에 지원 자격을 전·현직 전무 이사, 계열사 사장 출신 등 내부 인사로 한정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백 사장이 자리에 있는 상황에서 내부 인사가 사장 공모에 적극적으로 나설리도 만무하다.

게다가 기업은행이 KT&G에 문서를 통해 사장 공모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며 유감의 뜻을 표명했으나 KT&G는 4일 만에 후보 결정을 마무리했다. 다만 당사자인 KT&G는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의 개입 정당한가
기업은행은 또 KT&G 이사회 측에 2명의 사외이사 추가 선임을 요구했다. KT&G의 사외이사는 현재 총 8명인데, 여기에 기업은행이 원하는 인물 2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이를 KT&G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기업은행이 KT&G 사장 선임에 관여하는 데 대해 우회 관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최대주주로 있는 국책은행인 만큼 이번 개입이 결국 정부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 정부가 원하는 사장을 내정했으면 하는데, 백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자 2대 주주인 기업은행을 통해 의견을 피력했다는 주장이다.

KT&G의 주총은 내달 중순에 열린다. 양측의 입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릴 경우 주총 표 대결을 통해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도 기업은행과 같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과반 이상이 외국인 지분이라는 점에서 안건 통과 여부는 확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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