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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쪽빛 바다, 예쁜 숲과 은은한 커피향...남도의 뜨는 여행지 고흥

[여행] 쪽빛 바다, 예쁜 숲과 은은한 커피향...남도의 뜨는 여행지 고흥

기사승인 2018. 04. 1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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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남열리 우주발사전망대에서 본 다도해
남열리 우주발사전망대에서 본 다도해 풍광. 봄볕을 머금은 바다가 은빛으로 반짝이는 모습이 참 예쁘다.


전남 고흥은 나로호 발사 후 여행지로 활기를 띠었다. 나로호는 2013년 1월 30일 발사된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다. 이전까지는 일제강점기에 한센병 환자들이 강제로 격리 수용된 소록도가 그나마 알려졌다. 아니, 소록도가 고흥의 섬이라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여행지로서 고흥은 인접한 여수나, 인근 경남 통영에 밀렸다.

어쨌든 나로호 발사 후 고흥은 ‘우주’로 기억되고 있다. 나로우주센터와 우주과학관이 있는 외나로도는 소록도와 함께 고흥의 랜드마크가 됐다. 우주과학관에서는 실물 크기의 나로호 모형을 볼 수 있고 다양한 우주체험도 할 수 있다. 따져보면 고흥이 우주와 인연을 맺은 것은 훨씬 오래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운석이 1943년 11월 23일 고흥 두원면 성두리에 떨어졌다.
 

여행/ 우도
우도는 물때에 따라 하루 두 차례 바다가 갈라진다. 드러난 갯벌을 따라 걸어서, 자동차로 섬까지 갈 수 있다.
여행/ 고흥 우도
바닷물이 빠진 후 드러난 우도의 갯벌.


◇ 눈 부시게 아름다운 다도해...섬마다 즐길거리 한가득

중요한 것은 고흥에 ‘우주’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눈 돌리는 곳마다 절경이 펼쳐지고 각양각색 즐길거리도 참 많다. 우선 고흥의 바다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해있다. 여수나 통영의 바다 못지않은 풍경과 빛깔을 자랑한다. 해안을 따라 달리다보면 아름다운 풍광에 차를 멈출 일이 참 많다. 영남면 남열리해변 옆 우주발사전망대도 이런 곳이다. 외나로도를 비롯해 여수만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실제로 나로호 발사 때 이를 보기 위한 인파로 전망대 인근이 북적였다. 우주발사전망대에서 용바위까지 약 4㎞ 구간은 용(미르)과 하늘(마루)을 테마로 한 ‘미르마루길’이 조성됐다. 용이 승천했다는 용바위를 비롯해 사자바위, 몽돌해변 등을 이 길에서 만날 수 있다. 내달 12일에는 미르마루길 걷기축제도 열린다.

고흥의 크고 작은 섬들은 다양한 테마와 이야기로 여행의 흥을 돋운다. 연홍도는 섬 전체가 미술관으로, 시호도는 원시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꾸며졌다. 우도는 석류나무와 텃밭 등을 분양하고 갯벌체험까지 가능한 '가족의 섬’으로 조성될 예정이란다. 특히 우도에서는 물때에 따라 바다가 갈라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도시인에게는 신비한 볼거리다. 두 개의 큰 바위섬이 나란히 자리잡은 형제섬, 야생화 정원이 아름다운 쑥섬(애도) 등은 개인소유지만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거금도 금산면 소재지에는 1960~70년대 박치기로 세계를 재패했던 이곳 출신의 프로레슬러 김일의 이야기가 흘러 다닌다.
 

여행/ 봉래산 삼나무숲
봉래산 편백나무·삼나무숲길. 나무가 심어진지 100년 가까이 된 덕분에 아름드리 삼나무들이 가득하다.
여행/ 봉래산
봉래산 허리를 에두르는 산책로에서 본 다도해. 꽃과 바다와 신록이 어우러진 풍경이 곱다. 이 길을 따라가면 편백나무·삼나무숲이 나온다.


◇ 아름드리 편백나무·삼나무숲에서 ‘힐링’

등산 좋아하는 이들은 팔영산, 마복산, 봉래산 등을 즐겨 찾는다. 다도해를 굽어볼 수 있는데다 오르는 재미까지 있는 산들이다.
포두면의 마복산은 장쾌한 다도해 풍광과 함께 능선 따라 부려진 기암들이 볼만하다. 점암면의 팔영산과 봉래면의 봉래산은 울창한 숲과 조용한 산책로가 인상적이다. 힘들여 정상에 오르지 않더라도 기분이 참 상쾌해진다.
팔영산의 편백나무 숲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다. 전남 장성의 축령산 편백나무숲보다 면적이 넓다. 멀리서 보면 산 정상부까지 편백나무가 빼곡하다.
봉래산 허리를 에두르는 숲길에서는 편백나무숲과 삼나무숲을 만나게 된다. 안내판은 삼나무 2000본, 편백나무 7000본이 이 지역 산림계원들에 의해 1920년대에 심어졌다고 설명한다. 숲은 넓지 않지만 조림된 지 100년 가까이 된 만큼 나무들이 아름드리다. 나머지 구간은 제주도 곶자왈이 연상될 만큼 광나무·굴피나무·상수리나무·생달나무 등이 울창하다. 나무들 사이로 다도해가 살짝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도화면의 발포만호성과 두원면의 분청사기박물관에서는 역사를 재미있게 접할 수 있다.
발포만호성은 조선시대 해안 방어를 위해 쌓은 성이다. 36세의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 부임해 18개월 간 재임했다. 장군의 기개와 청렴을 기리기 위해 주민들이 발포 관아 자리에 심어 놓은 오동나무도 볼 수 있다. 지난해 개관한 분청사기박물관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가마터 자리에 들어선 박물관이다. 일대에서 청자와 백자의 중간단계인 분청사기 가마터가 발견됐다.
 

여행/ 고흥 커피
‘산티아고’ 커피농장의 커피나무. 고흥 전역에 약 15개의 커피농장이 있다. 은은한 커피향을 음미하면 여행의 피로가 절로 풀린다.


◇ 은은한 커피향에 취하다

마지막으로 추가할 것은 고흥 커피다. 고흥 일대에는 15개의 커피농장이 있다. 과역면에서 커피농장 겸 카페 ‘산티아고’를 운영하는 김철웅 대표는 2014년 고흥에서 가장 먼저 커피 재배에 성공했다. 그는 “강릉과 제주도의 커피 농장과 달리 이곳에서는 대량으로 재배한다. '산티아고'에서만 한해 300~500kg의 커피를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산티아고’는 농장에서 재배한 커피를 판매하고 커피와 관련한 체험과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커피말고도 고흥에서는 오롯이 맛볼 수 있는 싱싱한 남도의 산물들이 많다.

종합하면 볼거리, 먹거리 풍부한 고흥은 여행지로서 손색없다. 이러니 여수나 통영에 밀릴 이유가 없다. 조금 덜 알려졌을 뿐이다. 고흥군 관계자들은 고흥을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고 자랑한다. 실제로 가서 보면 군 전체가 미술작품처럼 아름답다는 것에 동의하게 된다.

고흥까지는 멀다. 서울서 가려면 KTX를 타고 순천까지 2시간 30분, 순천서 차로 1시간을 더 가야 고흥에 닿는다. 그래도 애써 찾아갈 만하다. 박병종 고흥군수는 “지난해 429만명이 고흥을 찾았다. 올해는 500만명이 목표다. 1, 2월 관광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도해의 뜨는 여행지로 주목받는 고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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