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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연출가 손진책과 국보급 명창 안숙선이 빚어낸 ‘심청가’

거장 연출가 손진책과 국보급 명창 안숙선이 빚어낸 ‘심청가’

기사승인 2018. 04. 2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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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위주의 창극...우리 소리를 사랑하게 되는 공연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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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의 ‘심청가’ 중 한 장면./제공=국립극장
“나 죽기는 섧지 않으나 의지 없는 우리 부친을 차마 어이 잊고 가리. 삼백석에 팔려 제수로 가게 되니, 불쌍헌 아버지를 차마 어이 잊고 가리.”

24일 오후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서는 국립창극단의 신작 ‘심청가’의 주요 대목이 펼쳐졌다. 무대장치를 최소화한 미니멀한 무대는 소리꾼과 악사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도창은 맡은 대명창 안숙선과 ‘어린 심청’ 역의 민은경의 애절하고 구성진 소리가 무대를 가득 메웠다.

창극 ‘심청가’는 국립창극단이 2012년 시즌제 도입 이후 목표로 삼았던 ‘판소리 다섯 바탕의 현대화 작업’의 마침표를 찍는 작품이다.

거장 연출가 손진책이 대본과 연출을, 대명창 안숙선이 작창과 도창을 맡아 일찌감치 눈길을 끌었다.

이날 프레스콜에서 손진책은 “국립창극단이 김성녀 예술감독 취임 이후 서구 리얼리즘에 판소리가 가미된 현대적 창극을 보여왔다면 나는 판소리 위주의 창극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손진책은 “관객들이 판소리에 눈을 뜨고, 판소리를 사랑하게 되는 공연이 됐으면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소리꾼으로는 드물게 판소리 다섯 바탕을 모두 완창했으며 ‘국보급 명창’으로 불리는 안숙선은 이번 공연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창극으로 거듭 나길 바라는 소망을 전했다.

“9살 때부터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고, 1979년도에 국립창극단에 입단하면서 본격적인 창극을 해왔지요. 그동안 어떻게 하면 일본의 가부키나 중국의 경극처럼 우리의 창극을 세계에 내놨을 때 ‘저것이 우리의 창극이다’ 할 수 있을까 생각해왔습니다. 이번에 한국을 대표하는 창극이 탄생하고, 앞으로도 그러한 작품을 계속 해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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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손진책이 24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국립창극단의 ‘심청가’ 프레스콜에서 작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제공=국립극장
이번 공연의 원작이 되는 ‘심청가’는 웬만큼 소리에 능숙하지 않고서는 전 바탕을 제대로 이끌어 나가기 힘든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현존하는 판소리 다섯 바탕 중에서도 비장한 내용이 많고, 가장 예술성이 뛰어나다고 손꼽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손진책은 판소리 ‘심청가’의 사설을 30여 년 넘게 연구해왔고, 이를 소재로 한 작품을 수차례 제작해왔다. 그는 이번 공연을 위해 5시간 넘는 원작을 핵심 내용만 압축해 2시간여 분량으로 만들었다.

소리꾼 27명과 9명의 악사가 무대에 등장하는 ‘심청가’는 기존 창극과 확연히 다르다. 출연진의 등·퇴장이 거의 없고, 텍스트가 아닌 소리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기 직전에 부르는 ‘범피증류’ 대목은 ‘심청가’ 중에서도 가장 장중한 주요 대목으로 꼽히는데, 이를 심청 혼자가 아닌 합창으로 부러 감동을 배가 시킨다.

무대는 한국의 미를 극대화시키면서도 현대적으로 꾸며진다. 200편이 넘는 작품의 무대를 디자인한 이태섭이 우리 소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다.

손진책은 “나이가 들수록 거창한 것을 걷어내고 본질적으로 하고 싶다”며 “관객이 다른 데 신경 쓰지 않고 소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고 얘기했다.

영화 ‘해어화’ ‘조선마술사’, 오페라 ‘동백꽃아가씨’, 연극 ‘햄릿’ 등에서 젊고 관능적인 한복을 선보여 화제를 모은 한복 패션 브랜드 ‘차이킴’의 김영진 디자이너가 의상을 맡았다.

이번 공연에는 국립창극단 간판 배우들이 출연한다. 민은경이 ‘어린 심청’, 이소연이 ‘황후 심청’을 연기한다. 유태평양이 ‘섬봉사’ 역을, 유수정이 안숙선과 함께 도창을 번갈아 맡는다.

공연은 25일부터 5월 6일까지 명동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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