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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아냐·고의성無”…‘전지적 참견 시점’ 논란 가라앉힐까

“일베 아냐·고의성無”…‘전지적 참견 시점’ 논란 가라앉힐까

기사승인 2018. 05. 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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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참견 시점' 조사위원회 조능희 위원(왼쪽부터), 오세범 변호사, 고정주 위원, 전진수 위원, 이종혁 위원, 오동운 위원 /사진=MBC

 MBC가 '전지적 참견 시점'의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 조사를 펼쳤다. 그 결과 고의성 없는 논란으로 결론지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은 지난 5일 방송에서 세월호 참사 뉴스 특보 장면과 함께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라는 자막을 입혀 방송에 내보냈다. 5초도 안 되는 방송 장면이었지만 방송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돌며 논란은 커졌다. '어묵'이라는 단어가 극우성향의 사이트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에서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을 비하하는 단어로 쓰였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전참시' 인기를 이끈 이영자 역시 큰 충격을 받고 해당 주에 있던 녹화에 불참석한다는 통보까지 전해 논란은 일파만파 퍼졌다.


이에 최승호 사장은 세월호 유가족 및 시청자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했고 MBC는 '전참시'의 녹화를 중단, 2주간 결방을 확정한 뒤 긴급 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를 구성해 해당 사안에 대한 조사를 펼쳤다. 조사는 1차와 2차에 걸쳐 진행됐으며 세월호 유가족 및 노조가 참여하기도 했다. 조사위는 편집실, CG실 등 제작 현장에서 조사를 진행했고 연출가·조연출·FD·제작 관계자 등 모두의 면담 조사를 진행했다. 또 본인 동의하에 제작진 6명의 휴대전화·SNS 관련 활동 현황을 조사했으며 해당 장면에 대한 작업 지시가 이뤄진 단체채팅방도 조사를 했다.


조사위는 오세범 변호사를 외부 전문가 조사위원으로 선정했으며 사내 5인 등 총 6인으로 구성해 사실관계 조사를 진행했다. 오세범 변호사는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세월호 참사 진상 특별위원회 위원을 역임했고 세월호 가족 대책위 변호인단으로 활동한 법률 전문가다. 


이와 관련해 조사위는 16일 상암 MBC 사옥에서 조사 결과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을 만났다. 이 자리에는 조능희 위원장(기획편성본부장), 조사위원 오세범 변호사, 고정주 위원(경영지원국 부국장), 전진수 위원(예능본부 부국장), 이종혁 위원(편성국 부장), 오동운 위원(홍보심의국 부장)이 참석했다.


조사위의 조사 결과 해당 방송 부분의 편집을 담당한 조연출로부터 이번 사태가 시작됐다. 조연출은 지난 1일 FD에게 해당 장면에 필요한 뉴스 멘트를 제시하고 자료를 요청했고, 2일 FD는 200개의 영상을 골라 그 중 10건의 자료를 조연출에 전달했다. 여기엔 세월호 뉴스 관련 영상 2컷이 포함 돼 있었고 방송에서는 총 3컷을 사용했다. 3일 CG팀에 CF작업을 의뢰해 편집했고 4일엔 자막 작업을 진행해 5일 방송을 하게 된 것이다.



조사위에 따르면 FD는 자료를 선정할 당시 세월호 뉴스 화면을 예능 프로그램에 써도 적합한 것에 대한 의문은 있었지만 어떤 용도로 쓰일지 몰랐으며 만약 문제가 되더라도 연출진과 관련자들이 참석하는 시사회에서 걸러질 거란 판단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5초도 안 되는 짧은 분량에다 이미 배경이 모자이크 처리된 방송 장면은 시사회에서 무난하게 넘어가게 된 것이다. 조연출 역시 세월호 뉴스 화면인 것을 인지했지만 모자이크 처리와 CG 작업을 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 거란 판단이었다.


가장 논란이 되었던 제작진 '일베설'에 대해 조사위는 "조사 결과 고의성이 없었고 해당 제작진의 휴대폰과 SNS 활동 등을 조사한 결과 '일베'는 아니었다. 거기다 '어묵'이 일베에서 사용하는 단어인지도 몰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사실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이상 해당 제작진이 일베가 아니라는 확증을 제시할 순 없다. 조사위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범위 내에서 조사를 한 것이다. 반대로 해당 제작진이 '일베'라고 할 만한 의혹들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조사의 한계점을 설명했다.


오세범 변호사도 처음엔 의심 가는 정황들이 있었기에 조사에 참여해 과정을 살펴본 결과 고의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오 변호사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경쟁할 수밖에 없고 분업화 된 과정에서 빠르게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협의하거나 진지하게 고민할 틈이 없었던 것 같다"면서도 해당 제작진이 사회적 공감이 부족하다고 봤다.


조사위 역시 제작진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조연출의 단순한 과실로 볼 수 없고 이번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는 웃음을 전하는 프로그램에서 사회적 참사를 다룬 뉴스를 사용하고자 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MBC는 해당 조연출 및 담당 연출·부장·본부장에 대한 징계를 요청한 상태이며 앞으로 소속 사원에 대한 윤리교육 및 관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참시' 역시 방송 재개 계획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출연진도 이번 조사위 발표를 보고 난 뒤 함께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조만간 '전참시' 방송 방향에 대한 결과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MBC 측은 일각에서 도는 '폐지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MBC는 물론 구성된 조사위까지 해명을 내놨지만 아직도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난 과거에 SBS에서도 있었던 '일베 논란'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발생한 사고다. 이는 '전참시'에 대한 시청자들의 사랑이 무너지는 것과 동시에 새 모습으로 시작을 알린 MBC에 대한 신뢰도 하락시키는 사고였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MBC의 조사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싸늘해진 시청자들에게 이번 '전참시'의 조사 발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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