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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적폐로 찍힌 해외자원개발을 위한 변명

[취재뒷담화] 적폐로 찍힌 해외자원개발을 위한 변명

기사승인 2018. 06. 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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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최원영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 이 타이틀을 벗기 위해 그동안 우리는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간간이 성과도 있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자원 빈국이 맞습니다. 하지만 실패를 거듭하며 쌓이는 노하우도 중요하다는 소위 ‘축적의 시간’ 개념이 우리 자원개발산업엔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원 공기업 손실이 매스컴에 오르내리며 사실상 관련 사업은 ‘적폐’로 불리게 됐습니다. 그 여파로 각종 광물자원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한국광물자원공사는 한국광해관리공단에 통폐합됩니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역시 해외자원개발 관련 업무는 사실상 ‘올 스톱’ 상태입니다.

최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대 부실 자원개발사업에 대해 “14조원을 투자해서 수업료도 건질 게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하며 검찰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고위직 공무원들도 줄줄이 옷을 벗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해외자원개발 기능을 마냥 정치적 잣대로, 또 경제적 득실만 따져 적폐로만 치부해 폐기 하는 것은 너무 근시안적 시야와 판단인 거 같습니다. 과거 우리 정부가 본격적으로 자원개발에 나선 시점은, 중국이 아프리카 자원망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보도가 터져 나오며 대비가 필요하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던 시점입니다.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 세계에서 9번째로 많은 에너지원을 수입하고 있는 나라이며 소비되는 양의 약 96%가 원자재 수입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에너지가격이 출렁이면 국가 전체 산업과 정책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한때 배럴당 140달러에 이르렀던 국제유가가 20달러 선까지 떨어지면서 지금 정부는 자원개발의 당위성과 의미를 다 잊은 듯 보입니다. 하지만 최근 다시 반등을 시작한 유가는 배럴당 80달러선을 바라보고 있고 100달러 고지도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유가가 오르면 여타 원자재값 역시 동반 상승됩니다. 정부는 대부분의 해외 에너지자산을 매각한다는 방침이지만, 이제 이들의 가치를 재산정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유가는 전기료 인상 없이 수행해야 하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나, 경제성장률과 고용 등 주요 경제 지표의 키를 쥐고 있는 요소입니다. 향후 어떤 변수가 발생할 지 모르는 시점에서 다시 에너지 안보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입니다. 해외광구는 경제성을 떠나,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비축 기지 효과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또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2차전지 핵심인 ‘리튬’이 향후 5~10년이면 공급 한계에 도달하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희토류’ 역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가전략자원으로 분류될 만큼 중요한 요소로, 우리 미래 수출 주력품목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아직 먼 얘기지만 기대감이 큰 남북 경협만 해도, 북한에 매장돼 있다는 막대한 지하광물을 채취하기 위해선 자원개발 노하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손 놓고 있는다면 힘들게 열어놓은 북한 시장을 중국에 갖다 바치는 꼴이 될 지도 모릅니다.

해외자원개발은 반드시 긴 호흡을 갖고 기다려야 합니다. 성공하면 ‘로또’라 불릴 정도로 리스크가 큰 사업의 특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지금 시점에 민간으로 그 기능을 이양한다는 건 내팽개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리스크는 보완하되 미래 가능성을 내다본 정부차원의 중장기 계획이 서둘러 수립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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